지역의사·비대면진료법 통과했지만…'의료개혁 뼈대' 표류중

필수의료법 법사위 계류…통과 안되면 지역의사·비대면진료 안정성 ↓
김윤 "성패 결정할 핵심동력" 전현희 "사는 곳 관계 없이 의료서비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찬성 217표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지역의사양성법'과 '비대면진료법'의 국회 통과로 이재명 정부의 의료개혁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필수의료 체계를 규정하며 의료개혁의 뼈대 역할을 할 '필수의료 강화 특별법'은 정작 국회에 계류돼 있다. 지역의사제와 비대면진료법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필수의료법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이수진·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필수의료 강화 관련 법안 3건은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안'(대안)으로 통합돼 지난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필수의료 강화는 지역의사양성, 비대면진료와 함께 이재명 정부 의료개혁의 큰 축이지만 다른 법안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하며 제도화의 본궤도에 오른 데 비해 출발이 더딘 모양새다.

필수의료법안은 필수의료를 생명·건강과 직결되는 국가 필수 의료서비스로 규정하고, 응급·심뇌혈관·외상·분만·소아·정신·감염 등 지역별 격차가 가장 큰 분야를 중심으로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를 명확히 했다. 필수의료를 법률로 정의하는 것은 의료정책의 우선순위를 제도적으로 고정하는 효과가 있다.

필수의료 제공 체계는 '진료권'을 기반으로 한다. 복지부 장관이 진료권을 지정하고, 해당 진료권 내에서 필수의료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역 내에서 어떤 병원이 응급과 외상, 심뇌혈관 분야에서 중심 역할을 맡는지, 환자 이송 기준은 어떻게 설정하는지 등 기능 분담을 제도화하는 방식이다. 진료권 단위에서 필수의료가 어느 정도 자체적으로 해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자체충족률' 지표도 도입된다. 이 지표는 상급병원 쏠림을 평가하고 정책 개입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활용된다.

인력과 시설을 지원하는 조항도 상세히 규정돼 있다. 필수의료 인력이 안정적으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처우·근무환경·교육 지원 근거가 포함돼 있고 수련기관과 진료지원인력에 대한 보조도 가능해진다. 의료취약지 지정 기준을 법률에 명시해 지자체가 취약 분야별 수요를 파악하고 필요한 장비·시설 확보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그동안 취약지 지원 사업이 개별 부처 사업으로 흩어져 추진되면서 지속성이 떨어졌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다.

법안의 핵심은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설치다. 이는 필수의료 인력·시설 확충뿐 아니라 진료권 체계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장치다. 기존 응급·심뇌혈관·외상 사업은 매년 예산 심의에 따라 규모가 크게 변동해 일관성이 부족했는데 특별회계가 도입되면 중장기적 계획에 따라 투입이 가능해진다.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재정적 기반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셈이다.

지역의사제와 비대면진료법은 모두 지역 필수의료 기반을 전제로 한다. 지역의사제는 지역에 배치되는 필수의료 인력이 어떤 기능을 수행할지, 어떤 병원이 중심 역할을 맡을지 등이 필수의료법에 근거해 결정된다. 비대면진료 역시 응급·외상·분만 등 필수의료 대응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제도의 안전성과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김윤 의원은 "필수의료특별법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에 있어 가장 근간을 이루게 될 밑그림이자, 특별회계 설치로 이에 필요한 예산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게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개혁의 성패를 결정짓게 될 핵심 동력"이라며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체감 할 수 있는 의료 현장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가 절실한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사위 위원인 전현희 민주당 의원도 법안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제1책무"라며 "누구나 사는 곳과 관계없이 적시에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