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는 약사 아니다"…약사들 국회 앞 모여 '교차고용 금지' 주장
대한약사회, 약사법 개정 촉구 임원 결의대회…300여명 집결
"한약사들 불법적 취급, 정부 직무유기 속 국민보건 짓밟혀"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약사 한약사 면허범위 바로 세워, 국민건강 보장하라. 약사는 약국, 한약사는 한약국 정부는 즉각 분리하라. 면허범위 무시한 한약사 불법행위 정부는 즉각 처벌하라. 정부의 무원칙, 무대응, 무책임으로 국민 안전 무너진다. 한약사 문제 방치 30년 정부는 해결책을 마련하라."
전국의 약사 300여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한약사의 면허범위 일탈을 규탄하고 정부와 국회에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약사가 의사처방에 따른 전문의약품을 조제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고 있어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약사회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약사법 개정 촉구 전국 임원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약사회 임원단과 16개 시도약사회장 등 300여명이 참여해 최근 발의된, 이른바 '약사-한약사 교차고용 금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국회 서영석 의원은 한약사가 약사를 고용해 약국 개설자의 면허범위를 벗어난 판매 또는 조제 행위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고, 개설자 면허종류가 다른 약국 간 기능 경계를 법적으로 명문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약사-한약사 교차고용 금지법'(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권영희 약사회장은 "약사법에 따라 약사는 한약을 제외한 모든 의약품을 다룰 수 있고,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만을 다룰 수 있다"며 "서로 다른 과정을 거쳐 면허를 취득한 약사와 한약사가 똑같은 이름의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는 부당한 현실을 국민께서는 알고 계실까"라고 밝혔다.
권 회장은 "이를 악용해 한약사들은 약사 행세를 하며, 약사만이 담당할 수 있는 의약품을 무분별하게 판매하고 있다"며 "의사 처방에 따른 전문의약품을 조제해서는 안 되는 한약사가 종합병원 앞 조제전문약국을 열어 마약까지 다루고 있다"고 했다.
특히 권 회장은 "최근에는 기형적 형태의 창고형 약국을 세워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헌법 정신은 한약사들의 불법적인 의약품 취급과 정부의 직무 유기 속에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고 전했다.
권 회장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회는 최근 발의된 약사법 제21조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약사·한약사 간 역할을 제도 취지에 맞게 바로잡아야 한다"며 "불법을 단호하게 정리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불법을 끝내고, 국민 안전을 위한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약사와 한약사가 각자의 면허범위에 맞게 일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국민의 안전이 확보되는 그날까지 대한민국 9만 약사들은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 서영석 의원도 자리해 참석자들에 힘을 보탰다. 남인순 의원은 "한약사와 약사의 업무 범위 명확화 문제도 조속히 논의해 국민 건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영석 의원은 "한약사 제도가 30년간 방치되면서 곪아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이 제도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는 약사들의 목소리를 겸허히 듣겠다. 약사들의 뜻과 의지를 모아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이날 한약사 문제 해결 투쟁 결의문도 발표했다. 약사회는 "국회와 정부에 요구한다. 자신의 면허 범위가 아닌 약사 업무를 하기 위한 한약사의 약사 고용 및 조제를 즉시 막아야 한다"며 "한약제제가 아닌 일반의약품의 판매 행위를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약국 이용 시 혼란을 방지하고 알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약사 개설 약국과 한약사 개설 약국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라"며 "이것은 협의와 조율의 문제가 아니다. 원칙과 법 취지에 따라 명확히 해야 할 정부와 국회의 의지 문제"라고 했다.
끝으로 "지난 30년간 단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면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사즉필생의 각오로 한약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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