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약간만 높아도 치매 위험 뛴다…중년층·여성에서 뚜렷

혈관성 치매 위험도 상승 혈압서 16%·고혈압서 37% 증가
이민우 한림대성심병원 교수팀 280만명 대규모 연구결과

왼쪽부터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경과 이민우 교수(교신저자), 정영희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종욱 교수,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천대영 교수.(한림대학교의료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상 혈압 범위보다 조금 높은 '상승 혈압(Elevated Blood Pressure)' 단계에서도 혈관성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이민우·정영희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가 참여한 연구팀이 혈압과 치매 발생 상관관계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09년과 2010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성인 약 280만 명을 평균 8년간 추적 관찰해 혈압 상태와 치매 발생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대상자는 지난해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상 혈압, 상승 혈압, 고혈압(고혈압 진단·약물치료 중) 세 그룹으로 분류해 치매 발생률과 위험도를 비교했다.

정상 혈압은 수축기 120㎜Hg 미만이면서 이완기 70㎜Hg 미만, 상승 혈압은 수축기 120~139㎜Hg 또는 이완기 70~89㎜Hg, 고혈압은 수축기 140㎜Hg, 이완기 90㎜ 이상으로 구분된다.

연구 결과, 정상 혈압 그룹에 비해 상승 혈압 그룹과 고혈압 그룹 모두에서 치매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적 기간 총 12만 1223건의 치매가 발생했으며, 이 중 76.6%가 알츠하이머병, 12.1%가 혈관성 치매였다.

정상 혈압 그룹 대비 상승 혈압 그룹의 전체 치매 발생 위험은 1.6% 증가했으며 고혈압군에서는 전체 치매 위험이 2.9% 유의하게 증가했다.

특히 뇌혈관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의 위험도가 두드러졌다.

정상 혈압 그룹 대비 상승 혈압 그룹은 16%, 고혈압 그룹은 37% 더 높게 나타나, 혈압이 높아질수록 혈관성 치매 발생 위험이 단계적으로 증가함을 확인했다.

연령대별 분석에서는 40~64세 중년층에서 혈압에 따른 치매 위험 증가가 가장 두드러졌다.

중년 연령대에서 상승 혈압 그룹은 정상 혈압 그룹보다 치매 위험이 8.5% 높았고, 고혈압군은 33.8%나 높았다.

성별 분석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혈압 상승에 따른 치매 위험 증가가 더 뚜렷했다.

여성의 경우 상승 혈압과 고혈압 모두에서 유의한 치매 위험 증가가 관찰됐으나, 남성에서는 고혈압 그룹에서만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이민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럽심장학회가 제시한 '상승 혈압'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실제 치매 위험, 특히 혈관성 치매 위험을 예측하는 데 매우 유효함을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이어 "수축기 혈압이 120㎜Hg를 넘거나 이완기 혈압이 70㎜Hg를 넘는 단계, 고혈압 진단 전 상태부터라도 뇌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특히 중년층과 여성은 혈압이 조금만 높아도 치매 예방을 위한 '조기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생활 습관 교정 등 선제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종욱 교수,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순환기 내과 천대영 교수도 함께했다.

연구는 국제 심혈관질환 학술지인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 최신 호에 게재됐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