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사명" vs "법·제도 미비"…국립대병원 이관 두고 현장 격론
노동조합 등 시민사회 "지역 공공의료체계 강화 중요 시작점"
현장 "정책, 인력 지원 먼저…숙의의 시간과 공간 열어 달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국 9개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바꾸는 문제를 두고 격론이 더 크게 일어날 전망이다. 병원 내에서도 병원 간부나 교수들은 법·제도 미비, 인력과 자원 부족 등을 이유로 우려하는 반면 일선 노동조합은 "시대적 과제"라며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이관을 우려하고 있는 국립대병원 원장 등은 "지역 국립대병원이 더 많은 책임을, 더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숙의의 시간과 공간을 열어달라"고 밝힌 만큼 복지부·교육부 등의 현장 소통, 갈등 조정 역량이 필요해 보인다.
28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전국 9개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가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되는 내용이 담긴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개정안은 전날(27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심의·의결 등을 앞두고 있다.
국립대병원 소관 이관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이자, 지역 필수 공공의료 확충 방침과도 연관된다. 인력, 예산,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적인 지원,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서울대병원은 '서울대학교병원 설치법'이 따로 있어 이번 이관에 빠졌다.
복지부는 이관을 단순히 소속 변경이 아닌, 중장기적인 육성책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전임교원을 1000명 확대하면서 내년까지 812억 원을 투입해 AI(인공지능) 진료 시스템 도입, 필수과 당직비 지원 등 치료 시설·장비를 지원하고 3년간 500억 원 규모의 특화 R&D 사업을 운영한다.
내년 1월 기타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해 병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지역·필수·공공의료 전담 실단위 조직을 통해 병원 육성과 규제 개선 등에 주력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뉴스1에 "(이밖에도) 이관 후 추진 가능한 정책지원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40여 개 이상의 시민사회 단체가 참여 중인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병원 노동자 등이 속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노조), 한국중증질환연합회를 포함한 환자단체 등은 국립대병원의 이관을 크게 반기며 조속히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찬성 측은 한목소리로 △필수의료 인력 확충 △중증·응급의료 체계 구축 △지역완결형 진료 기능 확보 등 어느 하나도 보장되지 않았다며, 이번 이관을 '시대적 사명'으로 판단한 채 앞으로 안정적 운영과 필수 중증의료 지원을 위한 법적·정책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9개 지역 국립대병원으로 구성된 국립대학병원협회는 거듭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다. 앞서 연구와 교육역량 약화 우려 등을 이유로 이관을 반대하던 이들은 "법·제도적 미비, 정책적 미비, 필수의료 인력과 자원의 부족 등 3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고 재강조했다.
협회는 "정작 부처 이관 후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종래 국립대병원의 설치 목적인 교육·연구·진료의 지속성과 안정성은 어떻게 담보할지 등 핵심 내용이 빠져있다"면서 복지부가 밝힌 국립대병원의 치료 역량 제고 종합계획 등 정책적 준비도 미비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복지부가 부처 간 협의가 돼 있지 않아 종합계획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그마저도 공개가 불가하다면 현재 이관에 반대하는 80%의 의료진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는 부처 이관보다 필수의료 인력과 자원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립대병원은 의정갈등 이후 전공의 유출과 적자 누적 등으로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인력과 자원 부족 현상에 허덕이고 있다. 9개 병원이 800명 넘는 의료진 채용 공고를 냈지만 실제 채용은 372명에 그쳤다. 필수의료는 커녕 통상적인 진료까지도 위협받는 실정이다.
협회 산하 지역필수의료강화 태스크포스 위원인 조강희 충남대병원장은 "병원들이 더 많은 책임을, 더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협의하겠다"며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숙의의 시간과 공간을 열어 주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한다"고 부연했다.
지역 필수 공공의료에 대한 위기의식은 이관 찬성 측과 이관 우려 측 모두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이관 계획을 놓고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양상이다. 구체적인 이관 시기는 법안 공포 후 6개월로 계획됐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시행 전까지는 국립대병원 역량강화 사업, 각계 의견 수렴을 더 이어갈 예정"이라며 "이관 취지가 현장 구성원들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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