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성분명 처방, 국민 절반은 모른다…법안 즉각 철회"

국민 인식 여론조사 공개…알고 있다 55.5% vs 전혀 모른다 45.5%
"국민적 합의 없이 발의…책임소재 모르는 국민 위험에 빠뜨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의료계는 국회에서 논의중인 '성분명 처방' 법안에 관해 "국민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제도를 성급히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성분명처방 국민인식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분명 처방 인식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약의 '제품명' 대신 '성분명'만 적어 처방하고 실제 어떤 제품으로 조제할지는 약사가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수급불안정 약품에 한해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특정 제약사의 공급 차질이 발생해도 동일 성분의 다른 제품으로 바로 조제할 수 있게 해 약품 수급 안정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성분명 처방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다'라거나 '잘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55.5%로 집계됐다. 44.5%는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대체조제 제도'와 '대체조제 고지 의무'에 관해선 '잘 알고 있다'는 응답과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이 60.6%였고, '전혀 모른다'는 응답자는 39.4였다.

의협은 이를 두고 "국민 대다수가 제도에 대한 피상적 정보만 접했을 뿐 이 제도가 나의 건강과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절차는 무엇인지에 대해 '정보의 비대칭' 상태"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대체조제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에 관해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대체조제 부작용 시 의사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을 '전혀 모른다'는 응답은 57.1%였고, '잘 알고 있다'와 '들어본 적 있다'는 각각 14.1%, 28.8%에 그쳤다.

의협은 "국민 10명 중 6명이 약사가 약을 바꿔 조제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생기면 의사가 책임져 줄 것이라는 막연하고 위험한 오해를 하고 있다"며 "책임 소재의 공백 상태에서 성분명 처방이 강행된다면 억울한 피해자는 국민이 되고 의료 현장은 책임공방으로 인해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격 요소를 배제했을 때 응답자의 70.2%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약사가 대체조제한 약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7.3%에 그쳤다.

국민은 감염병 대유행이나 약 품절 사태 등 위기 상황에서 의사가 직접 약을 조제하는 '원내 조제'를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70%가 원내 조제에 찬성의 뜻을 표시했다.

환자가 병원 조제와 약국 조제 중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의약분업 선택제'에는 74.2%가 찬성의 뜻을 표시했다.

황규석 의협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 홍보위원장은 "의약분업 25년 동안 국민들은 병원과 약국을 두 번 오가야 하고 2중으로 비용을 지출하는 등 심각한 불편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 정책을 잘 지켜왔다"며 "의약분업의 근간을 훼손하고 국민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 국민적 합의나 사회적 논의 없이 발의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이어 "책임 소재조차 모르는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성분명 처방에 대한 법률 제정을 즉각 철회하라"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의약분업 선택제' 도입에 대한 논의를 즉각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