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 레이저에 공공의료까지 의사-한의사 충돌…국민만 피로

의협, 소속 회원들 한의사·한의대 대상 강의 금지 요청하기도
한의협 "환자선택 위한 시대적 요구"…복지부, 적극 중재해야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건강수호 및 의료악법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대표자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5.11.16/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엑스레이(X-ray) 사용에 이어 레이저 미용시술과 공공의료 참여 확대 등 여러 현안을 놓고 의사와 한의사가 번번이 충돌하고 있다. 다툼이 고착화돼 국민 피로가 누적될 상황에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으로 갈등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협 "한의계의 영역 침탈 심각"…한의협 "환자를 위한 시대적 요구"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19일 산하단체에 한의사 대상 연수강좌, 한의대 출강을 중단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의사들의 강의 참여가 한의계의 현대 의료기기·의약품 사용 확대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한의대, 한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의사 회원들의 강의가 '한의사도 의과 의료기기와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는 주장에 악용되고 있으며, 한의계의 의과 영역 침탈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매우 크다"며 의사회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올해 초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해 기소된 한의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수원지방법원 항소심 판결이 검찰 상고 없이 확정된 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엑스레이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의사의 엑스레이(X-ray) 사용 선언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지난달 한의사에게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점을 두고서 의협은 "한의사 면허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를 합법화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시도"라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고, 한의협은 "환자 안전과 진료 선택권 보장을 위한 시대적 요구"라며 신속한 의결을 촉구했다.

이달 초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한의사의 국소마취제 사용과 레이저·초음파·고주파 의료기기 시술을 불송치한 걸 놓고도 의협은 "의료체계를 정면으로 훼손했다"고 주장했으며 한의협은 "문제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재확인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의료 취약지의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수 급감에 따라 한의사 참여와 역할을 확대하자는 제안에 복지부가 최근 "공감한다. 공공의료기관의 한의진료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은 고조된 양상이다.

"복지부, 직역 갈등 적극 조정해야"…업무조정위 구성 추진

'의한갈등'이 재점화된 점에 비의사 정책 전문가들은 복지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예컨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에 대한 법원 판결은 현재 법에 '한의원 사용을 금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교수는 "사용을 할 수 있는지, 사용한다면 어느 범위까지 가능한지 구체적인 전문가 검토가 진행돼야 하며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직역 간 갈등에 참여해야 한다"며 "복지부가 역할 하지 않으면 갈등만 깊어진다"고 꼬집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한의사 투입은 의사 수 부족 현실 등을 감안해 당연히 논의될 문제고, 전형적인 집단 이기주의만 이어지고 있다"며 "의협의 집단 이기주의도 문제지만, 복지부도 의료개혁 추진 등을 위해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첨언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보건의료인력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조정 등을 심의할 수 있는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2월 29일까지 관련 내용이 담긴 '보건의료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을 수렴 중이다.

복지부는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논란을 두고선 "관련 법안이 발의된 단계로 직역 업무 범위에 대한 충분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의료계·환자단체·전문가와 지속해서 소통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복지부는 지역 필수 공공의료 확충 등의 실질적 해법을 모색할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의 1차 회의를 오는 12월 첫째 주 개최할 계획이다. 참여 위원 위촉을 마쳤으며 의료혁신 로드맵에 대한 평가를 받겠단 구상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