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의료인상에 18년간 섬 주민 돌본 최명석 신안대우병원장

흉부외과 전문의…"본연의 일 했을 뿐, 병원 필수진료 기능 이어지길"
위상양 前 장수군보건의료원장, 전진동 미즈메디병원 진료부장도 수상

제5회 김우중의료인상을 수상한 최명석 신안대우병원 원장(64, 사진).(대우재단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로서 내 특성에 맞는 응급환자는 자신 있으니까. 섬 지역에서 다양한 응급환자 발생할 거고 그건 내가 처리하겠다. 의사로서의 사명까지는 필요 없지만 내 본연의 일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제5회 김우중의료인상을 수상한 최명석 신안대우병원 원장(64)은 30일 취재진에게 이같이 밝혔다. 최명석 원장은 지난 18년간 전남 신안군 비금도와 도초도에 사는 주민 약 6300명의 생명을 지켜왔다.

대우재단은 병원을 1979년 설립해 2003년까지 24년간 운영했다. 최 원장은 2008년 병원을 인수하며 비금도와 인연을 맺은 뒤 의료혜택에 소외된 섬 주민을 위해 24시간 진료 체계를 갖추고 2010년에는 신안군 유일의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섬 밖 나가야 할 어르신에게 치료비 드리기도…"선물과 함께 돌려받아"

애초 그는 광주에서 동네 의원을 운영했다. 다양한 환자를 볼 수 있고 흉부외과 전문의 본연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비금도로 향했다. 그는 섬 지역 중증 응급환자 생명을 살리기 위해 나르미선과 닥터헬기 등 응급환자 후송체계 도입을 제안하며 골든타임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인구 감소와 운영 적자 속에서도 의료 인력과 시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고령층 주민에게 필요한 노인 전문 요양시설을 갖추고, 컴퓨터 단층 촬영검사장비(CT)를 도입하는 등 노후화된 의료 환경 개선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고령의 응급 환자에겐 치료비를 빌려주기도 한다. 모두가 이웃인 데다 돈독한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그는 "전남 목포에 가야 한다면 돈이 필요할 거 아니겠는가. 나중에 갚으시라고 드린다"며 "뜯긴 적 없이 모두 돌려주셨고, 선물도 주신다. 이런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노인 환자들의 골든 타임을 우려해 섬 밖의 환자 보호자들에겐 "'환자분은 닥터헬기나 해경 선박으로 보내드릴 테니, 한국병원으로 바로 들어오세요'"라고 전한다. 그의 차트에는 모든 환자의 보호자 연락처가 다 적혀있고, 보호자들도 그를 믿는다.

섬 응급의료 체계에 대해선 "바다(씨·Sea) 앰뷸런스 개념으로 기본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선박 도입이 시급하다"며 "인구 소멸 지역이나 의료 취약지는 의료 자원이 부족하다. 부족한 자원을 그나마 집중해 어느 정도 필수 응급의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취약지 내 병원들은 적자에 허덕이며, 부도 직전에 이른 경우도 있다. 그는 "집중적인 지원만이 의료취약지 필수 응급의료를 유지하게 할 수 있다. 내가 그만두면 후임이 없다. 병원을 떠나게 되더라도 기본 기능을 갖춘,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병원으로 계속 남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20년간 지역민 건강 돌보거나, 산모분만 집도한 의료진도 수상

장수군보건의료원 원장을 지낸 위상양 내과 전문의(82)도 김우중 의료인상을 받았다. 위 전문의는 전북 장수군과 임실군 요청으로 20년간 4회 보건의료원장을 역임하며, 지역 주민 약 5만 명의 건강을 돌봤다.

장수군보건의료원 원장을 지낸 위상양 내과 전문의(82, 사진)도 김우중 의료인상을 받았다.(대우재단 제공)

원장 재임 시 기초자치단체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고 응급 환자를 살리는 데 집중한 위 전문의는 2010년에 최신 장비를 갖춘 지상 4층의 의료원을 신축했고, 2014년에는 전북대학교병원과 진료 협진 협약을 체결해 지역 응급의료 체계를 갖췄다.

공중보건의사를 적극 유치하는 한편, 제2내과를 개설해 연중무휴 직접 환자를 진료했다. 위 전문의는 올해 7월부터 전주 대자인병원에 재직하며 40여년간 축적한 민관 의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북 권역의 응급의료 시스템과 지역사회 발전에 헌신하고 있다.

미즈메디병원 진료부장인 전진동 산부인과 전문의(53)에게도 김우중 의료인상이 돌아갔다. 20년간 1만여 건의 분만을 집도하며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지켜왔다. 분만 전 과정을 직접 챙기며, 상담과 진료를 통해 여성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산모의 신체적·정서적 건강을 관리해 왔다.

미즈메디병원 진료부장인 전진동 산부인과 전문의(53, 사진)에게도 김우중 의료인상이 돌아갔다.(대우재단 제공)

산모의 병력과 내과 질환을 체계적으로 살피며 태아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한 전 전문의는 언제든지 안전한 분만이 가능하도록 365일 24시간 대응하는 응급 분만 시스템을 구축해 산모들이 안심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의료 인력과 시설의 지속적인 개선에 힘썼고 현재 수도권 서부 지역 병원들과 응급 분만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산부인과 전문병원이 공공의료 체계에서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민관 협력 모델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우중 의료인상'은 故(고) 김우중 대우 회장이 출연해 30년간 진행한 대우재단의 도서 오지 의료사업 정신을 계승하고자 2021년에 제정됐다. 재단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장기간 인술(仁術)을 펼쳐온 의료인을 선정해 김우중 의료인상, 의료봉사상, 공로상을 수여한다.

에티오피아 라스데스타병원에주하며 진료 및 수술과 함께 백내장 수술법을 전수해 오고 있는 윤창균 안과 전문의(48)(KOICA 글로벌협력의사), 주말마다 부산 무료진료소 '도로시의 집'을 방문해 가난한 이들을 진료 중인 박재용 페리오치과의원 원장(58)이 각각 의료봉사상을 받는다.

전남 신안군 영산도를 시작으로 32년간 7개 섬 보건진료소에서 주민의 건강을 돌봐온 이형임 진도군광석보건진료소장(54)(간호사)와 54년간 국내외 의료 소외계층의 구강건강 지킴이 활동과 장학사업을 벌여온 대한여성치과의사회 역시 각각 의료봉사상을 수상한다.

공로상은 박태훈 의사(68)(前 진도대우의원 원장)가 받는다. 2000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업국장으로서 대우재단 도서오지 의료사업의 지속 가능한 민관협력 모델을 개발하고, 진도대우의원 원장을 맡아 진도군 조도 주민을 위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상식은 김우중 회장 기일인 오는 12월 9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우중 의료인상 수상자에게는 각 3000만 원, 의료봉사상 수상자에게는 각 1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