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 제도화 가시권…'배치·지원' 설계가 성패 좌우

2027년부터 '지역의사' 전형…장학금·주거지원+10년 의무복무
구체사항 시행령 위임…"필요인력 산정·보상체계 설계가 핵심"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관에서 국민 먹거리 기본 보장을 위한 ‘그냥드림’ 사업의 업무협약식(MOU)에 참석해 (보건복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20/뉴스1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지역의사제'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제도 도입이 확정 단계에 접어들었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2027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한다. 이 제도가 지역의료 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향후 구체적 실행 방안을 얼마나 정교하게 마련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지역의사제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됐다. 지역의 필수의료 기반이 무너지면서 응급·산모·소아·외상 등 분야에서 인력난이 심각해지고 중증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집중되는 구조가 굳어지자, 의사 양성 단계부터 지역 근무를 연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방 병원은 환자가 줄어 인력 유지가 어렵고, 이에 따라 다시 의료 인력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법안에는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에게 교육비를 지원하고 졸업한 뒤 10년간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의가 특정 지역에서 일정 기간 종사하는 계약형 지역의사제도 함께 도입된다.

제도 운영의 핵심인 선발 비율, 배치 규모, 복무 기관과 조건, 보상체계는 모두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됐다. 장학금·주거지원·경력지원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눠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어느 수준까지 책임을 분담할지는 확정돼 있지 않아 재정 여건이 취약한 지자체의 부담과 지역별 지원 격차 우려도 제기된다.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은 지역 수요에 맞는 인력 배치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출 수 있느냐로 꼽힌다. 인구, 질병 구조, 의료이용량 등 여러 지표를 토대로 지역별 인력 필요량을 산정하는 작업은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맡게 된다. 추계 결과가 배치 기준의 근거가 되는 만큼 산정 방식이 불명확하면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의사들의 배치 지역과 기관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현장의 수련·근무여건을 반영하지 못하면 의무복무 이행률이 떨어질 수 있고 제도 취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장기간 의무복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할 만큼의 보상 구조와 정주여건을 마련하는 문제도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관건으로 꼽힌다.

의료계는 현장을 반영하지 않은 설계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지역 의료 인력 추계와 지방 병·의원의 여건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정주여건 개선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의무복무 불이행 시 시 시정명령과 면허정지 뒤 면허취소까지 가능하게 한 조항에 관해서도 "과도한 처벌은 제도 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자단체는 지역의 '의료 사막화'가 생명권과 진료 접근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제도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입학 단계에서 복무지역과 의무복무기간 등 제한을 충분히 알고 자발적으로 동의한 사람만 참여함으로써 직업의 자유나 평등원칙을 침해하지 않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식"이라며 "지역 환자들이 최소한의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 제도"라고 신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복지위에서 여야가 합의 처리한 만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연내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지역의사제가 정착해 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의사가 각 지역의료의 핵심 주춧돌이 되도록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의사 지원 비용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분담 비율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근무여건 개선과 지역정책수가 등과 관련해서도 의료계와 소통하며 제도 설계를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