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나 콘보이 "노화는 직선이 아니다…'노이즈'로 읽어야"[GBF 2025]

'글로벌 바이오포럼 2025' 기조연설…"직선으로 보면 중요 신호 놓쳐"
"건강한 사람은 33세부터 노이즈 곡선 급격히 상승"

이리나 콘보이 제너레이션랩 최고과학책임자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뉴스1 글로벌바이오포럼(GBF) 2025’에 참석해 '노화의 새발견 : 생물학적 노화, 생리학적 비선형곡선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11.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인체가 노화하는 과정은 나이가 한 살씩 늘어날 때마다 일정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와 기능에 따라 서로 다른 시점에 불안정성이 커지는 비선형적 변화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변화의 핵심 지표는 특정 분자의 평균값이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커지는 변동성(노이즈)이라는 설명이다.

'노화역전' 분야 세계적 석학인 이리나 콘보이(Irina Conboy) 미국 제너레이션랩(Generation Lab) 최고과학책임자(CSO)는 19일 '글로벌 바이오포럼 2025' 기조연설에서 "생리학적 노화는 직선이 아니라 굴곡진 곡선을 따른다"며 기존의 '에피제네틱(epigenetic) 나이 시계(age clock)'가 이런 실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나이 시계는 DNA 메틸화 같은 유전자 스위치 정보를 이용해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 위에 붙어 발현을 조절하는 일종의 '스위치 스티커'이며 이 배열이 흐트러질수록 노화가 진행된다고 여겨진다.

콘보이 CSO는 "지금까지의 모델은 젊음(A)과 노화(B)를 직선으로 연결하면서, 실제로 그 사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변화와 흔들림을 지워버렸다"고 말했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같은 나이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DNA 메틸화 값이 크게 흩어져 있는데, 회귀분석과 머신러닝으로 이를 '직선'에 억지로 맞추면서 중요한 신호를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노화를 평균값이 아니라 '흩어지는 정도' 즉 노이즈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이즈 증가는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유전자를 정교하게 통제하는 세포의 능력이 저하돼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DNA의 특정 위치(CpG)의 평균 메틸화 수준은 20대와 60대가 거의 같지만, 나이가 들수록 값의 분산이 커지는 일관된 패턴이 나타난다. CpG는 DNA에서 메틸화가 주로 일어나는 구간이다.

콘보이 CSO는 기존 나이 시계가 염증성 질환이나 파킨슨병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생물학적 나이를 거의 구별하지 못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반해 콘보이 CSO 연구팀은 약 50만 개의 CpG를 분석해 관절염·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환에서 조기 노화 패턴을 보이는 약 460개 지점을 확인했다. 특히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도 약 33세경부터 이 노이즈 곡선이 급격히 상승하며 면역·신경·심혈관 등 여러 시스템에서 비슷한 '노이즈 증가 곡선'이 나타났으며 이는 건강군과 질환군을 구별하는 데도 의미 있는 지표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개념이 실제 개입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혈장 교환(plasma exchange)'에서는 백혈구의 DNA 손상과 노화 세포 비율이 감소했고, 단백질 신호의 노이즈도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됐다.

또 고령 쥐에 GLP-1 신호 전달 억제제와 옥시토신을 투여한 실험에서는 수컷에서만 중간 수명이 157% 연장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염증성 및 노화 관련 단백질을 감소시키고 필수 신호 네트워크를 정상화한 결과로 분석됐다. 그러나 암컷 쥐에는 효과가 없었는데 이는 항노화 개입에서도 성별에 따른 반응 차이가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UC 버클리 교수를 지낸 콘보이 CSO는 현재 제너레이션랩에서 노이즈 기반 생물학적 연령 측정법을 임상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예측이 아니라 직접 측정이 중요하다"며 개인별로 어느 시스템에서 조절력 저하가 먼저 나타나는지를 조기에 알려주는 '생물학적 경고 스케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