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고령층, 표준 독감백신만으로 부족하지 않나"…질병청 답은

고령층 면역 효과 높인 백신, 국가필수예방접종 도입 거론
일괄 어렵다면 나이·소득 등에 따라 단계적 지원 고민해야

2025~2026절기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이 진행 중인 가운데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소아과에서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오는 2040년 전체 인구의 34%가 65세 이상 고령층이 될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에선 고령층 건강 관리, 특히 감염병 예방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예방접종 정책은 해외 주요국에 비해 뒤처져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관련된 지적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표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면역 기능이 떨어진 노인에게는 예방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어,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백신의 활용 필요성이 제기된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인플루엔자는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유행하며, 모든 연령층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은 감염 시 합병증 발생 위험, 입원율, 사망률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청은 고령층, 영유아 등 고위험군의 예방접종 참여를 당부하고 있다.

다만 면역 기능이 저하된 노인에게서는 무료로 제공되는 표준 인플루엔자 백신의 예방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기저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노인의 특성상, 보다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면역증강 백신 등 고면역원성 백신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질병청 "도입 필요성 공감하나 재정 소요 및 상황 고려해 검토"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 서면질의를 통해 "지난 10년간 노인 독감 백신 효과가 13.6%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궁금하다"면서 해외 주요국에서 면역증강 백신을 노인 대상 NIP에 도입했는데, 우리나라 NIP 도입이 늦어지는 이유에 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인플루엔자 백신의 효과는 유행주와 백신주의 일치 여부, 백신 유형, 접종자의 면역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진다"며 "2011~2021년 국내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백신 효과는 평균 28.8%, 최대 47.7%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또 "감염 예방 효과는 약 30~40% 수준이지만, 중증 질환 예방 효과는 50~60%, 사망 위험은 최대 80% 낮출 수 있다"면서 "현재 NIP 사업은 고령층 보호에 효과적이라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에서 겨울 외투 차림에 모자와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실제 체감되는 예방 효과가 이보다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2024~2025 절기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의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률은 80%를 넘어섰지만, 같은 기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은 오히려 20%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 한 연구에서는 2023~2024 절기 65세 이상 환자에서 표준 백신의 인플루엔자 예방 효과가 17.4% 수준에 그쳤다는 분석도 있어, 보다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할 고면역원성 백신의 필요성이 부각됐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질병청에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 지침을 NIP에 반영할 계획이 있는지"를 질의했다. 미국, 영국, 호주, 덴마크 등 주요국들은 이미 고령층에서 낮은 예방 효과를 고려해 고면역원성 백신을 우선 권고하고, NIP에 포함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대한감염학회 또한 2023 인플루엔자 성인예방접종 권고안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층에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을 우선 권고하나, 현재는 자비로 접종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의원마다 가격이 다르다.

질병청은 박 의원에게 "고면역원성 백신을 우선 권고하는 주요 국가의 동향 등을 참고할 때, 고령층에게 이런 백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며 "실제로 고면역원성 백신은 표준 용량 백신 대비 비용 효과적이라고 확인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1.5배~2배 수준의 추가 재정 소요와 백신 해외 의존도 상승 우려 등을 감안해 우리나라의 도입 시점을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 2026년 NIP 도입 우선순위를 재평가할 예정으로, 여러 방안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빠른 시일 내에 NIP 도입이 어렵다면 지역 단위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질병청은 "지자체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추진할 사항으로 판단된다"고 답해, 의지가 있는 지자체에서는 자체사업 형태로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상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층 감염 예방은 한국에서 더욱 시급한 과제로서 독감은 감염병 중에서 질병 부담이 매우 크다"며 고면역원성 백신을 국가 차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만약 한 번에 전면 도입이 어렵다면, 나이별·소득 수준별 단계적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플루엔자에 대한 고령층 건강은 물론,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국내 허가된 65세 이상 노인 대상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은 CSL 시퀴러스코리아의 '플루아드쿼드', 사노피의 '에플루엘다' 2종이다. 일각에서는 우선 해외 백신을 도입해 실제 현장에서 고면역원성 백신 효과를 평가하고 국내 도입 근거를 쌓는 게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