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확대에도 법령 미비…"보건복지 예산, 양적 확대 그쳐"

내년 보건복지 예산에 제도적 보완 필요성 제기
"필수의료 확충 외치며 재정은 성장에 초점…구조 전환 안돼"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2026년도 보건복지예산안 분석 토론회'(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2026년도 보건복지 예산이 전년보다 10% 가까지 확대됐지만 예산 집행을 뒷받침할 제도가 미비하고, 실질적 복지 향상보다 외형 확대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6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은 137조 64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9% 증가했다. 사회복지 예산은 118조 6612억 원으로 전년보다 10.7% 늘었고, 보건 분야는 18조 9868억 원으로 3.7% 증가했다.

국회예정처는 내년 예산안에 관해 복지 지출이 확대됐지만 예산 집행을 위한 법적 기준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사업은 추진 체계나 성과관리 기준 없이 예산이 먼저 배정된 '형식적 확장'이라는 것이다.

예정처는 'AI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에 300억 원이 신규 편성됐으나 제품 및 서비스 상용화에 대한 구체적 판단 기준, 관리운영비 요율 등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동수당 확대'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환경 조성을 위해 지급 연령을 만 8세 미만에서 만 9세 미만으로 확대하면서 예산이 26.7%(5233억 원) 증가했다. 하지만 대상 확대를 위한 법적 근거가 미비해 관련 법 개정과 연계한 심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등을 대상으로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의 경우 전년 대비 13.3% 증가한 9조 8399억 원이 편성됐다. 보고서는 "부당청구 의료급여기관 높으므로 의료의 오남용 및 사회적 비용 감소를 위해 사업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보건복지위원회과 참여연대가 함께 개최한 '2026년도 보건복지예산안 분석 토론회'에선 실질적 보건·복지 향상보다 양적 확대에 그쳤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최혜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장애연금,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 관련 예산과 보육·요양 등 사회서비스 공공 인프라 확충 예산은 제자리이거나 감액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복지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 전반의 질적 개선이나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지지 못한 예산안"이라고 비판했다.

김윤민 창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생활보장 예산이 전년 대비 9.7% 증가한 23조 9868억 원으로 편성됐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기준중위소득 현실화 등 제도 개선은 미흡하다"며 복지제도의 구조적 개선 없이 단순한 예산 증액만으로는 사각지대 해소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진환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교수는 "보건의료 R&D 예산이 32.8%나 증가했지만 보건부문은 3.7% 증가에 그쳤다"며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필수·공공의료 확충'을 내세우지만 실제 재정 배분의 방향은 산업과 기술 중심의 성장 프레임에 맞춰져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재정이 복지와 성장을 균형 있게 견인하는 마중물이 아니라 성장동력 창출 투자로 간주되는 한 국민건강의 형평성은 개선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이수진 의원은 "사회서비스 인프라 확충과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예산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예산이 꼭 필요한 곳에 사용돼 소외되는 분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상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도 보건복지 분야 예산 심사에 돌입한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