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치료제 처방 5배 증가…강남 6년째 1위

국민 84%가 소화기관용 약 복용…1인당 연평균 165정 처방
건보공단-연대 보건대, 빅데이터로 의료 이용 격차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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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로 알려진 메틸페니데이트 처방이 고소득층과 강남권 거주자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지난달 31일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열린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 기반 급여적정성 분석 및 정책적 함의'를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전국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급여 적정성 제고를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노연숙 건보공단 빅데이터융합연구부장이 건강보험 진료내역 중 메틸페니데이트 주성분 처방 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처방 건수는 2007년 48만 8372건에서 지난해 258만 7920건으로 5.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처방 실인원은 8만 2221명에서 32만 6748명으로 4배 늘었다.

지난해 기준 연령대별 인구 10만명당 처방 인원은 10대가 2305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1414.8명, 10대 미만 1360.3명, 30대 853.1명 순이었다. 특히 30대는 2019년 대비 540.5%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소득 수준별로는 처방 건수와 인원이 모두 고소득층에서 가장 높았으며, 지역별로는 서울이 10만 명당 924.7명으로 전국 최고였다. 서울 내에서는 강남구가 1455.1명으로 1위, 서초구(1284.8명), 송파구(1167.8명)가 뒤를 이었다. 반면 과거 상위권이던 노원·도봉·강북구는 순위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노 부장은 "ADHD 치료 목적이 아닌 학습 능력 향상 목적이나, 발달이 완료된 성인의 치료 목적으로 메틸페니데이트가 사용되는 현상이 관찰된다"며 "약제의 적정 사용을 위해 전문의 논의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학술대회에서 고태화 공단 부연구위원은 소화기관용 의약품의 과다 사용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국민의 84%가 소화기관용 약을 처방받았고, 1인당 연평균 165정을 복용했다"며 "과다 복용으로 인한 환자 안전 문제와 관행적 처방으로 인한 재정 부담이 크다"고 했다.

또 전체 소화기관용 의약품 처방 중 소화기계 질환보다 호흡기계·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처방이 많았으며, 단순 감기인 급성 상기도 감염 환자의 75.7%(처방전 기준 63.6%)에서 소화기관용 약이 함께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성준 부연구위원은 "비중격만곡증 수술은 2015년보다 많이 증가했으며, 특히 20대 여성과 성형외과에서의 수술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실손보험이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는 구조로 인해 미용성형과 동시에 수술이 시행되는 사례가 늘고, 이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정토론에 참여한 장선미 가천대학교 교수, 유승찬 연세대학교 교수, 장정현 일산병원 교수는 "임상현장에서 추정했던 현상이 전국민 단위 빅데이터로 확인됐다는 점이 의미 있다"며 "데이터 기반 근거가 적정급여 유도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문가 협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김재용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연구개발실장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는 의료이용과 건강검진, 장기요양 등 생애주기별 정보를 포함한 국가적 자산"이라며 "공단은 보험자로서 이 데이터를 근거로 의료기관의 적정진료를 유도하고, 국민이 합리적으로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