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극소 우즈벡 쌍둥이, 고대구로병원서 건강하게 '100일' 맞아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낯선 나라 한국에서 임신 24주에 각각 590g, 670g으로 태어난 초극소 저체중 우즈베키스탄 쌍둥이 형제가 고려대학교구로병원 등 한국의 의료기술과 의료시스템 덕분에 건강하게 100일을 맞이했다.

지난 7월 20일 임신 24주 쌍둥이를 임신 중이었던 울리(우즈베기스탄)씨는 예기치 못한 진통으로 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임신 24주밖에 안 되는 쌍둥이 조산이었고, 해당 병원에서는 출산이 불가능했던 상황.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은 신속히 전원을 결정했고 세 명의 생명을 지켜냈다.

몸무게가 590g과 670g밖에 안 되는 초극소 저체중 신생아로 태어난 첫째 자이드와 둘째 주바이르는 출생 직후부터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았다. 임신 24주에 태어난 미숙아 생존율은 약 60%에 불과하다.

이에 두 아이는 뇌, 심장, 호흡기 등 모든 신체 기관이 미성숙해 태어나자마자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다. 소아청소년과 신생아분과는 물론 소아 호흡기, 소아 심장, 소아 신경, 소아 신장, 소아 내분비, 소아 소화기 영양 등 소아 세부 전문의 등 의료진이 24시간 치료를 이어갔다.

이로써 초극소 저체중 신생아에게 흔히 발생하는 동맥관개존증, 패혈증, 폐동맥 고혈압, 미숙아 망막증 등 다양한 합병증을 잘 이겨냈고, 두 아이 모두 수술 없이 건강히 성장해 퇴원을 앞두고 있다.

치료를 담당한 소아청소년과 신승현 교수에 따르면 출생 직후부터 자발호흡이 어려워 기관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했지만, 현재는 두 아이 모두 체중이 2㎏ 안팎으로 증가했다. 첫째는 소량의 산소 보조가 필요하지만 둘 다 스스로 호흡이 가능할 만큼 회복됐다고 한다.

신 교수는 "고비가 있을 때마다 전문분과 의료진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낼 수 있어서 뿌듯하게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해준 의료진들, 그리고 잘 이겨내 준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울리씨의 제왕절개 수술을 담당한 산부인과 조금준 교수는 "임신 24주에 출산을 한다는 것은 산모에게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지만, 태어날 아이의 건강을 고려해야 하는 의사 입장에서도 매우 힘든 결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조 교수는 "병원 도착 당시 이미 출산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기에 응급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했고, 이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의료진들이 신속하게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주셨다. 이런 긴밀한 협력과 시스템이 뒷받침됐기에 아이들이 건강하게 백일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들 가족에게 치료 과정만큼이나 힘든 것은 치료비였다. 아이들 아빠 하산보이씨는 한국에서 유학 중인 학생이고, 출산 당시 한국에 입국한 지 3개월 정도밖에 안 된 상태라 울리씨는 의료보험도 준비돼 있지 않았다.

또한 갑작스러운 조산으로 두 아이가 신생아중환자실에 장기간 입원하게 되면서 의료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병원 의료사회사업팀은 한국 의료시스템에 익숙지 않아 난감해하던 이들 가족에게 신속하게 보험 적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왔다.

더불어 재단법인 남촌재단으로부터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재정적·심리적 지원을 보탰다. 하산보이씨는 "가족들도 없는 한국에서 아내가 갑작스럽게 출산하게 돼 너무 막막했고 아이들을 살릴 수 없을 것 같아 계속 눈물만 흘렸다"고 했다.

하산보이씨는 "24주 만에 세상에 태어난 아기들을 이렇게 건강하게 살릴 수 있었던 것은 병원 의료진의 뛰어난 의술과 전문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의료진분들의 따뜻한 보살핌에 기댈 곳 없던 저희 가족 모두가 정서적으로도 안정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정적 지원 덕분에 치료와 회복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 은혜를 평생 기억하며 아이들이 건강히 성장해 훗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현재 신생아 세부 전문의를 포함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소아청소년과 외에도 소아 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재활의학과 등 다양한 전문과 의료진들이 협업하고 있다.

최의경 신생아중환자실장은 "하루 24시간, 365일 초극소·저체중 미숙아부터 만삭아까지 여러 신생아 환자군을 치료하고 있다"면서 "저출생 시대에 한 명이라도 소중한 신생아들의 생명을 지키는 사회 안전망으로써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병원은 서울 서남권 권역모자의료센터이자 보건복지부 주관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 대표 기관으로서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를 위한 24시간 응급 대응체계를 운영하며 응급 및 고위험 분만, 신생아 진료를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민병욱 병원장은 "이번 사례는 한 가정의 회복을 넘어 의료기관과 공익재단,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적 안전망의 모범사례로 병원은 앞으로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외 환자들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의료기관으로서의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