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관급 격상한 총리실 마약대책회의…70%는 '대리출석'
[국감브리핑] 출석률 80% 속 '차관 참석' 3%뿐…"보고회 전락"
안상훈 "컨트롤타워 있으나 마나…책임행정 바로 세워야"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국무총리 산하 마약류대책협의회가 차관급 회의로 격상됐지만, 참석자의 70% 이상이 여전히 실무자급 대리출석으로 채워진 것으로 드러났다. 차관·차장 중심 회의라는 이름만 남고, 정책 결정과 조정 기능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무조정실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마약류대책협의회(협의회) 부처별 참석 현황(2022~2025년)'에 따르면, 협의회는 2022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12차례 대면 회의를 열었다. 그중 2023년 3월 규정 개정으로 차관·차장급이 위원을 맡도록 격상된 이후 열린 8차례 회의의 참석자 115명 가운데 82명(71.3%)이 대리출석으로 나타났다.
대리출석이 반복된 배경에는 협의회의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협의회는 국무총리 훈령에 따라 설치된 범정부 회의체로, 각 부처 차관·차장급을 위원으로 하고 국무조정실장이 의장을 맡는다. 훈령에는 대리출석 조항이 없지만, '필요시 대참 가능'이라는 문구가 내부 운영지침에 포함돼 사실상 상시 허용되고 있다. 제도상 차관급 회의지만 실제 운영은 여전히 실무자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앞서 지난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의4 신설로 협의회는 법적 지위를 갖게 됐다. 기존에는 총리훈령에 근거한 임의협의체였으나, 개정으로 국무총리 소속 상설 법정기구로 격상됐다. 해당 규정은 지난해 8월 9일부터 시행됐다. 법률상 근거가 마련되면서 협의회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운영 방식은 여전히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회의별 출석 현황을 보면, 2023년 3월 29일 회의는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주재했고 이후 열린 8차례 대면 회의 중 7차례에서는 국무조정실장이 직접 출석했다. 그러나 대부분 부처에서는 차관이 아닌 실국장·과장급 인사가 대신 참석했다. 차관이 직접 참석한 회의는 2023년 4월 13일(교육부 차관), 올해 8월 13일(법무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제2차관) 등 네 차례뿐이었다.
참여율이 80% 수준이지만, 차관·차장급이 직접 참여한 비율은 3~4%에 불과했다. 교육부, 법무부, 복지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 주요 부처는 대부분 대참으로 기록됐다. 2023년 4월 13일 회의에서는 9개 기관 중 8곳이, 11월 22일 회의에서는 16개 기관 중 13곳이 대리출석했다. 올해 8월 회의에서도 절반 이상이 차관·차장급 대신 실국장급으로 참석했다.
협의회는 차관·차장급 위원 15명과 민간전문가로 구성되며, 국무조정실 고용식품의약정책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안전기획관이 간사 역할을 맡는다. 하위기구로는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주재하는 실무협의회와 분과위원회가 있다. 그러나 상위 협의체의 대참 구조가 지속되는 한 하위 조직 역시 실질적 권한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같은 문제는 주무부처의 회의 참석자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최근 3년간 열린 대부분의 회의에 마약안전기획관(국장급) 또는 차장(직무대리)이 직접 참석했다. 복지부와 법무부는 정신건강정책관·보호관찰과장 등 실무자급 참석이 많았고, 검찰·경찰·관세당국도 과장급 이하가 대부분이었다.
안상훈 의원은 "총리실이 주재하는 회의임에도 대부분 대리 참석에 그쳐 실질적인 정책 논의나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컨트롤타워 역할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마약류 문제는 특정 부처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사안인 만큼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식약처는 주무부처로서 책임을 갖고 마약류 관리 체계 강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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