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연명의료 중단자 '심장사 기증' 허용…540만원 지원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종교계·의료계 논의 병행…윤리적 기준 마련
"헌혈처럼 일상에서 생명나눔 실천"…기증 문화 확산 나선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장기 기증 및 이식 주요 현황, 이식 종합계획 비전 및 목표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5.10.1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보건복지부가 처음으로 장기와 인체조직 기증·이식을 아우르는 국가 종합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은 뇌사자 중심의 현행 기증 체계에 '심장 정지 후 장기기증(DCD)' 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장기기증자와 유가족에게 의료비 등을 포함해 최대 540만 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제1차 장기·조직 기증 및 이식 종합계획(2026~2030년)'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 차관은 "DCD(순환정지 후 장기기증, 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는 장기이식 수급 불균형을 완화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거쳐 제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혈처럼 일상에서 실천되는 생명나눔 사회로 전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계획은 지난 2023년 개정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마련됐으며, 연구용역과 공청회, 장기등이식윤리위원회 논의를 거쳐 확정됐다.

다음은 보건복지부와 일문일답.

-DCD 제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DCD는 연명의료를 중단한 뒤 심장이 멈춘 환자의 장기를 기증하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뇌사자만 기증이 가능하다. 스페인과 영국 등에서는 전체 기증자의 절반이 DCD를 통해 장기를 기증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를 도입하기 위해 '장기이식법'과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을 추진한다.

-왜 지금 DCD 제도가 필요한가.

▶장기이식 대기자는 지난해 5만 4789명으로, 2020년보다 27% 증가했다. 같은 해 뇌사기증자는 397명으로 전체 대기자의 1% 수준이다. 신장이식의 평균 대기기간은 7년 9개월이며, 하루 평균 8.5명이 장기를 기다리다 사망한다. 복지부는 DCD를 통해 연간 최대 700건의 추가 이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DCD는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가.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환자가 장기기증에 동의하면 의료진이 연명의료 장치를 제거한 뒤 심장 정지 상태를 관찰한다. 이후 5분간 비접촉 관찰시간을 거쳐 심장이 다시 뛰지 않으면 사망으로 판정한다. 장기 상태가 적절하면 즉시 적출과 이식이 이루어지며, 세부 절차는 법 개정 후 지침으로 규정할 계획이다.

-뇌사기증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뇌사기증은 뇌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 환자의 장기를 적출하는 방식이다. DCD는 자발적 순환이 멈춘 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장기를 기증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두 방식 모두 사망 이후에만 가능하며, 각각의 법적 절차와 의학적 기준이 별도로 마련된다.

-DCD 시행 시 윤리 논란은 없겠는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와 종교·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윤리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심폐소생술이 중단된 뒤 사망이 확정된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며, 임종실·수술실 분리, 5분간의 비접촉 관찰시간 유지 등 안전장치가 포함된다. 심장사 기증은 연명의료 중단 이후 진행되는 절차로, 생명윤리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국내에서 DCD로 기증할 수 있는 인원은 얼마나 되는가.

▶복지부는 매년 뇌사판정 절차 중 사망하는 환자 20명에서 최대 200명이 DCD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1인당 평균 3.5개 장기가 이식된다고 가정할 때, 연간 최대 700건의 추가 이식이 가능하다. 이 중 신장과 간, 폐가 주요 대상이 된다.

-장기기증 절차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뇌사추정자나 DCD 대상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통보한다. 기증원 코디네이터가 가족 동의를 받고,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이식대상자를 선정한다. 장기 적출과 이식은 지정 의료기관에서 진행되며, 현재 110개 병원이 이식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기증희망 등록은 어디서 할 수 있는가.

▶현재 462개소인 등록기관을 2030년까지 904개소로 늘린다. 주민센터(전국 3500여 곳), 도로교통공단(27개소),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등을 통해 등록이 가능하다.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발급 시 ‘기증희망’ 표시를 함께 신청할 수 있으며, 2025년 8월부터는 발급창구 안내가 의무화된다.

-생명나눔 등록률은 어느 수준인가.

▶지난해 기준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183만 8530명으로 전체 인구의 3.6% 수준이다. 복지부는 2030년까지 이를 6%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백만명당 뇌사 장기기증자는 7.8명에서 11명, 조직기증자는 2.8명에서 3.8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기증자와 유가족 예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는가.

▶복지부는 장기기증자와 유가족에게 최대 540만 원의 장제비와 의료비를 지원한다. 전국 주요 병원과 지자체 청사 로비에는 '기억의 벽'(기증자 현판)이 설치되며, 유가족에게는 봉안당이나 가정에 보관할 수 있는 감사패가 수여된다. 지자체는 화장·봉안당 예치비 감면 조례를 마련하고, 유가족 자조모임과 추모행사를 정례화한다. 가족이 없는 기증자를 위한 장례 지원 서비스도 신설된다.

-인체조직 기증은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가.

▶인체조직 기증자는 연간 150명 수준으로, 국내 수요의 20%에 불과하다. 화상·암 재건 수술 등에서 사용하는 인체조직의 80% 이상은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복지부는 병원 조직은행의 수가를 현실화하고, 교육·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자급률을 높일 계획이다.

-의료기관의 역할은 무엇이 달라지는가.

▶의료기관은 뇌사추정자 통보와 관리 절차를 강화할 방침이다. 전자의무기록(EMR)에 자동 통보 기능을 추가하고, 기증관리 거점병원을 지정해 인력과 장비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복지부는 보건의료정보원과 협력해 병원 EMR 시스템의 표준화를 추진한다.

-생존 기증자 관리도 포함되는가.

▶포함된다. 생존 기증자에게는 정기건강검진비를 지원하고, 공무원의 경우 병가를 공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성년자 기증은 자발성과 의사결정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제한적 승인 또는 폐지를 검토한다.

-이번 계획으로 기대되는 변화는 무엇인가.

▶장기이식 대기기간 단축과 인체조직 자급률 향상이 목표다. DCD 도입으로 연간 최대 700건의 이식이 가능해지고, 등록기관이 904개로 늘어난다. 기증자와 유가족 예우가 제도화되면서 생명나눔 문화가 일상으로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

뇌사자 장기기증·이식 과정(보건복지부 제공)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