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연명의료 중단자 '심장사 기증' 허용…540만원 지원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종교계·의료계 논의 병행…윤리적 기준 마련
"헌혈처럼 일상에서 생명나눔 실천"…기증 문화 확산 나선다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보건복지부가 처음으로 장기와 인체조직 기증·이식을 아우르는 국가 종합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은 뇌사자 중심의 현행 기증 체계에 '심장 정지 후 장기기증(DCD)' 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장기기증자와 유가족에게 의료비 등을 포함해 최대 540만 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제1차 장기·조직 기증 및 이식 종합계획(2026~2030년)'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 차관은 "DCD(순환정지 후 장기기증, 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는 장기이식 수급 불균형을 완화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거쳐 제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혈처럼 일상에서 실천되는 생명나눔 사회로 전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계획은 지난 2023년 개정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마련됐으며, 연구용역과 공청회, 장기등이식윤리위원회 논의를 거쳐 확정됐다.
다음은 보건복지부와 일문일답.
-DCD 제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DCD는 연명의료를 중단한 뒤 심장이 멈춘 환자의 장기를 기증하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뇌사자만 기증이 가능하다. 스페인과 영국 등에서는 전체 기증자의 절반이 DCD를 통해 장기를 기증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를 도입하기 위해 '장기이식법'과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을 추진한다.
-왜 지금 DCD 제도가 필요한가.
▶장기이식 대기자는 지난해 5만 4789명으로, 2020년보다 27% 증가했다. 같은 해 뇌사기증자는 397명으로 전체 대기자의 1% 수준이다. 신장이식의 평균 대기기간은 7년 9개월이며, 하루 평균 8.5명이 장기를 기다리다 사망한다. 복지부는 DCD를 통해 연간 최대 700건의 추가 이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DCD는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가.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환자가 장기기증에 동의하면 의료진이 연명의료 장치를 제거한 뒤 심장 정지 상태를 관찰한다. 이후 5분간 비접촉 관찰시간을 거쳐 심장이 다시 뛰지 않으면 사망으로 판정한다. 장기 상태가 적절하면 즉시 적출과 이식이 이루어지며, 세부 절차는 법 개정 후 지침으로 규정할 계획이다.
-뇌사기증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뇌사기증은 뇌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 환자의 장기를 적출하는 방식이다. DCD는 자발적 순환이 멈춘 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장기를 기증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두 방식 모두 사망 이후에만 가능하며, 각각의 법적 절차와 의학적 기준이 별도로 마련된다.
-DCD 시행 시 윤리 논란은 없겠는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와 종교·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윤리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심폐소생술이 중단된 뒤 사망이 확정된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며, 임종실·수술실 분리, 5분간의 비접촉 관찰시간 유지 등 안전장치가 포함된다. 심장사 기증은 연명의료 중단 이후 진행되는 절차로, 생명윤리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국내에서 DCD로 기증할 수 있는 인원은 얼마나 되는가.
▶복지부는 매년 뇌사판정 절차 중 사망하는 환자 20명에서 최대 200명이 DCD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1인당 평균 3.5개 장기가 이식된다고 가정할 때, 연간 최대 700건의 추가 이식이 가능하다. 이 중 신장과 간, 폐가 주요 대상이 된다.
-장기기증 절차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뇌사추정자나 DCD 대상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통보한다. 기증원 코디네이터가 가족 동의를 받고,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이식대상자를 선정한다. 장기 적출과 이식은 지정 의료기관에서 진행되며, 현재 110개 병원이 이식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기증희망 등록은 어디서 할 수 있는가.
▶현재 462개소인 등록기관을 2030년까지 904개소로 늘린다. 주민센터(전국 3500여 곳), 도로교통공단(27개소),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등을 통해 등록이 가능하다.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발급 시 ‘기증희망’ 표시를 함께 신청할 수 있으며, 2025년 8월부터는 발급창구 안내가 의무화된다.
-생명나눔 등록률은 어느 수준인가.
▶지난해 기준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183만 8530명으로 전체 인구의 3.6% 수준이다. 복지부는 2030년까지 이를 6%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백만명당 뇌사 장기기증자는 7.8명에서 11명, 조직기증자는 2.8명에서 3.8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기증자와 유가족 예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는가.
▶복지부는 장기기증자와 유가족에게 최대 540만 원의 장제비와 의료비를 지원한다. 전국 주요 병원과 지자체 청사 로비에는 '기억의 벽'(기증자 현판)이 설치되며, 유가족에게는 봉안당이나 가정에 보관할 수 있는 감사패가 수여된다. 지자체는 화장·봉안당 예치비 감면 조례를 마련하고, 유가족 자조모임과 추모행사를 정례화한다. 가족이 없는 기증자를 위한 장례 지원 서비스도 신설된다.
-인체조직 기증은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가.
▶인체조직 기증자는 연간 150명 수준으로, 국내 수요의 20%에 불과하다. 화상·암 재건 수술 등에서 사용하는 인체조직의 80% 이상은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복지부는 병원 조직은행의 수가를 현실화하고, 교육·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자급률을 높일 계획이다.
-의료기관의 역할은 무엇이 달라지는가.
▶의료기관은 뇌사추정자 통보와 관리 절차를 강화할 방침이다. 전자의무기록(EMR)에 자동 통보 기능을 추가하고, 기증관리 거점병원을 지정해 인력과 장비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복지부는 보건의료정보원과 협력해 병원 EMR 시스템의 표준화를 추진한다.
-생존 기증자 관리도 포함되는가.
▶포함된다. 생존 기증자에게는 정기건강검진비를 지원하고, 공무원의 경우 병가를 공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성년자 기증은 자발성과 의사결정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제한적 승인 또는 폐지를 검토한다.
-이번 계획으로 기대되는 변화는 무엇인가.
▶장기이식 대기기간 단축과 인체조직 자급률 향상이 목표다. DCD 도입으로 연간 최대 700건의 이식이 가능해지고, 등록기관이 904개로 늘어난다. 기증자와 유가족 예우가 제도화되면서 생명나눔 문화가 일상으로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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