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30, 실력보다 중요한 건 수면·식사·리듬 관리'

감기·식중독도 치명적…마스크·손씻기·환기 생활화
소화 안 될 땐 오트밀·바나나·삶은 감자 등 부드러운 식단

수능 건강관리 ⓒ News1 DB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학습 전략보다 건강 전략을 먼저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긴장과 피로가 누적되는 이 시기에는 면역력 저하, 수면장애, 소화불량, 집중력 저하 등 신체 리듬 전반의 흔들림이 실제 시험 성적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외래 진료실에는 체력 저하와 면역력 문제로 병원을 찾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감기 기운이 몇 주째 계속된다거나, 밤에 잠이 안 오고 소화가 안 된다는 호소가 많다. 가벼운 설사나 두통, 가려움처럼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증상도, 시험을 앞둔 시기에는 집중력과 컨디션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스트레스성 신체 증상으로 장 트러블, 피부 발진, 구강염 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땐 무작정 참기보다 가까운 가정의학과나 소아청소년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시험 당일 아침 8시 40분부터 시작되는 수능 시간에 맞춰 지금부터 몸을 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수면과 기상 시각은 하루 15~30분씩 점진적으로 앞당겨야 부담 없이 리듬을 회복할 수 있다. 뇌는 잠에서 깬 뒤 최소 2시간 정도 지나야 인지 능력이 최적화되므로, 지금부터 기상 시각을 오전 6시 전으로 맞추는 것이 이상적이다. 자연광에 아침마다 노출되고, 저녁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청색광을 줄이면 멜라토닌 분비 리듬도 회복된다.

수면 위생도 다시 정비해야 한다. 밤 11시 이전에 취침하고, 자기 전엔 문제풀이보다는 따뜻한 물로 샤워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며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게 좋다. 자기 직전까지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면 뇌의 각성 상태가 유지돼 깊은 수면에 방해가 된다. 잠자기 3시간 전부터는 카페인을 줄이고, 시험 전날이나 당일에는 초콜릿, 에너지음료, 탄산음료 등도 피하는 것이 좋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학습 효율은 물론 감정 조절과 판단력까지 영향을 받는다.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불안을 줄이기 위해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하지만 처음 복용하는 약은 졸림, 멍함, 긴장 완화 과잉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복용해 본 약이 아니라면 수험 기간 중 새로운 약을 먹는 것은 피해야 하며,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식사 관리 역시 컨디션 조절의 핵심이다. 아침 식사는 공복 상태로 시험을 보는 일을 막는 최소한의 조치다. 밥과 계란, 토스트와 우유, 고구마와 두유 같은 간단한 식단으로도 충분하다. 위장이 민감한 수험생의 경우, 전날 밤에는 튀김류나 맵고 짠 음식은 피해야 한다.

식사 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고, 가능하면 소화가 잘되는 음식 위주로 구성해야 하며, 평소와 다른 '보양식'을 갑자기 도입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몸에 좋다는 음식을 잘못 섭취하면 복통이나 설사, 알레르기 반응으로 시험 당일 컨디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10월 중순부터는 일교차로 인한 감기와 장염도 주의 대상이다. 이 시기 감염병은 대부분 비말과 손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창문 환기만으로도 많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외출 시에는 목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잠들 때 발을 덮어주는 것만으로도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걷기 같은 운동은 피로 회복과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 무리한 근력 운동이나 고강도 유산소 운동보다는 아침이나 점심 시간대 가볍게 움직이는 활동이 좋다. 계단 오르내리기, 공원 산책, 실내 자전거 등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시험 1~2주 전이 되면 학습량을 조절하고, 오히려 휴식과 회복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실전 당일의 집중력이 살아난다.

이 시기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리듬을 되찾고, 지금까지 쌓아온 학습을 안정감 있게 유지하는 것이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부터 점검하고, 어려웠던 문제는 가볍게 훑으며 자신감을 되찾는 흐름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자주 칭찬하고, 불안한 감정을 조절하면서 지금까지 해온 준비를 믿는 것이 시험장에서의 집중력과 담력을 키워준다. 가족들도 지나친 기대보다는 "잘하고 있다"는 공감과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 수험생에게는 더 큰 힘이 된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