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 암병원 톱10 중 3곳 한국…K-암치료 수준 높아졌다"

[인터뷰]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인터뷰
저수가·법적 리스크 속에도 성과…"지속 가능성 확보 과제"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이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강서연 기자

"삼성서울병원뿐 아니라 한국 암 치료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지난달 17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삼성서울병원이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세계 암병원' 평가에서 2년 연속 3위를 차지한 소감을 묻자, 서울아산병원(4위), 서울대병원(8위)을 함께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민들에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안심을, 의료진들에게는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성과"라며 "저수가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과를 내는 한국형 암치료 모델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 1~2위 병원은 인력·예산에서 우리보다 10배 이상 많다"며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최초로 암병원을 세우면서 서울아산병원, 서울대 등도 뒤따랐고, 지금은 나라 전체의 암 치료 수준이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한국 암치료의 강점으로 전문의 직접 수술, 국가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 환자 접근성이 높은 대형병원 체계, 다학제 협진을 꼽았다.

전문의 수술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은 대장암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전문의가 아닌 의사에게 수술받지만, 한국은 99%를 전문의가 맡는다"며 "이 차이가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합병증 감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의 강점으로는 환자의 치료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패스트트랙'을 꼽았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다학제 협력을 통해 당일 대부분의 검사를 마치고 수술 일정까지 잡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원장은 "과거에는 환자가 내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를 각각 따로 다니며 진료를 받았지만 지금은 한 환자를 두고 여러 과가 모여 치료 방침을 합의한다"며 "서로 의견이 다를 때는 토론하고 양보하면서 결론을 내리는데 그 과정 자체가 치료의 질을 높여왔다"고 설명했다.

병원 내부 표준화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같은 병원인데 의사마다 치료가 천차만별이면 좋은 병원이 아니다"라며 "임상경로(clinical pathway)를 만들어 최소한의 표준을 맞추고, CAR-T, 양성자치료, 신약 임상 등 최신 치료까지 접목한다. '어느 의사에게 가도 기본 이상의 진료를 받는다'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이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질환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사회·일상 복귀 돕는 것이 암병원 가치"

그는 암 치료의 최종 목표가 단순히 병을 낫게 하는 데 있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질환이 아니라 환자"라며 "병만 낫게 하는 게 아니라 환자가 사회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암병원의 가치"라고 밝혔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초로 '암환자 삶의 질 연구소'를 설립했다. 항암 부작용 관리, 영양·운동 프로그램, 직장 복귀 지원, 1인 가구 환자 맞춤 서비스, 젊은 암환자 모임 등 치료 이후 삶을 다루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 원장은 "진정한 종합 암센터라면 포스트케어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암 환자의 포스트케어는 한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제도화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밀의료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 인프라도 넓히고 있다. 병원은 12개 암종 레지스트리를 구축해 '초(超)정밀 치료'를 준비 중이다.

이 원장은 "지금은 같은 암이라도 유전자·임상 특성에 따라 세분한다. 어떤 환자는 수술을 줄이고 면역치료로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며 "레지스트리는 개인 맞춤 전략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암 치료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털어놨다. 고령화로 환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필수 외과계 인력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낮은 수가와 법적 리스크 때문에 젊은 의사들이 외과·흉부외과를 기피하고 있다"며 "앞으로 10~20년 뒤 지금 수준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국가 차원의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암 환자와 가족에게 "우리나라 병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의료진을 믿고 따라주되, 수동적이기만 하지 말고 본인의 의사를 분명히 밝혀 함께 치료 결정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암은 더 이상 '죽음의 병'이 아니다. 수백만 명이 살아가는 '생존의 병'"이라며 "치료와 함께 삶의 질·사회 복귀까지 포괄하는 체계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프로필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석·박사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대장항문학회 이사장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