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살리고 싶다던 '40년' 재단사, 장기·조직기증으로 5명에 새 삶

강북삼성병원서 심장·신장·안구 기증
피부·뼈·연골·혈관 등 조직기증으로 백여 명에 희망

정명룡씨 모습. /사진제공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강북삼성병원에서 정명룡(56)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 조직기증으로 백여 명의 환자에게 기능 회복의 희망을 전했다고 2일 밝혔다.

정 씨는 7월 26일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무더위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뇌사 판정을 받았고, 유가족의 뜻에 따라 심장과 신장(양측), 안구(양측)를 기증해 5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안겼다. 이어 피부, 뼈, 연골, 혈관 등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했다.

생전 기증 의지는 분명했다. 정 씨는 2022년 기증희망등록을 하며 "사람은 죽으면 천국으로 가는데,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뜻을 가족들에게 전했다. 유가족은 "다른 사람의 몸속에서라도 살아 숨 쉬길 바랐던 고인의 뜻을 이루고 싶다"며 기증에 동의했다.

전남 해남군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정 씨는 주위에서 '이장'으로 불릴 만큼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었다. 학교 졸업 후 40여년간 공장에서 재단사로 일했고, 옷 만드는 법을 궁금해하는 이들을 위해 인터넷에 재단 글을 올리거나 공장에 초청해 무료 강의를 하며 경험을 나눴다. 집과 공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뚝딱 만들어내는 '맥가이버' 같은 만물박사로도 통했다.

고인의 아내 김혜경 씨는 "남편, 늘 고마웠고 너무나 수고했어. 갑자기 떠나 마음이 무겁고 힘들지만, 다른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어디선가 살아 숨 쉰다니 위로가 되네. 하늘에서도 잘 지내고, 우리 지켜봐 줘. 고마워"라고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정명룡님과 유가족의 따뜻한 사랑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비추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