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품절 2만건 쏟아지는데…정부 자료엔 '보고 없음'

72개 품목 약국 품절 신고…심평원 신고 7건·식약처는 2건뿐
김윤 "동일성분 의약품 활용 '제도적' 뒷받침 해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4.4.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약국가에서 매달 2만건이 넘는 의약품 품절 신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 자료에는 '보고 없음'으로만 기록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일성분 대체 의약품 활용을 제도화하면 수급 불안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는데도 정부가 제약사 신고에만 의존하면서 약국과 환자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약산업 데이터 분석기업 비알피커넥트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약사들이 의약품 도매 플랫폼 '바로팜'을 통해 1000회 이상 품절을 호소한 의약품은 총 72개 품목이었다.

이들 72개 품목은 품목당 평균 2만 1045회에 달하는 품절 신고가 접수될 정도로 현장에서는 심각한 수급 불안을 호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심평원) 등에 수급불안 신고가 이뤄진 품목은 7개(9.7%),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제약사가 공급부족을 신고한 품목은 2개(2.7%)에 그쳐 현장의 체감과 정부 자료 간 괴리가 두드러졌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정부의 공식 신고 체계와 현장의 체감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약국과 병원은 실제로는 특정 품목의 재고를 확보하지 못해 처방이나 조제가 지연되는 상황을 겪는데도, 정부 통계에는 극히 일부만 반영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에트라빌정(아미트리프틸린, 항우울제)은 2분기 수급대비 사용량이 365배에 달했지만, 동일성분 대체품을 포함하면 1.11로 낮아졌다. 통상 약국과 병원은 3개월 치 재고를 확보하기 때문에 수급대비 사용량이 1을 넘으면 심각한 수급 불안으로 분류된다.

심발타캡슐(둘록세틴, 항우울·신경병성 통증 치료제)도 개별 기준 17.7이었으나 대체품까지 합치면 0.96으로 줄어 95% 이상 완화 효과가 확인됐다. 더모베이트연고(클로베타솔, 고도 스테로이드 피부염 치료제) 역시 개별 기준 12.8이었으나 동일성분 대체품을 포함하면 0.93으로 안정됐다. 에나폰정(아미트리프틸린, 항우울제)은 개별 기준 1.58에서 대체품 합산 시 1.11로 줄었고, 심발타 성분의 다른 제형·대체품도 모두 대체 활용 시 수급 불안이 크게 줄었다.

이 같은 결과는 곧 성분명 대체조제 활성화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현재 국내에서는 의사가 대부분 브랜드명으로 처방전을 발급해 약사가 동일성분 의약품으로 조제하려면 의사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동일 성분 제품이 충분히 있어도 특정 브랜드 품절 시 환자와 약국은 불편을 겪는다.

김윤 의원은 "이름만 다른 같은 약이 있음에도 현장은 재고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특정 품목 품절 시 동일성분 의약품 활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면, 의료기관과 약국 그리고 환자 모두 수급불안 상황에 도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분명 중심의 대체조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수급 불안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필요시 의사협회·약사회·의약품유통협회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열어 대응한다고 밝혔지만, 올해 들어 협의체가 실제로 열린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