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사과하는데…전산대란 속 의료 '심각' 낮춘다는 복지부장관

전산대란 속 병의원, 감염병 신고·신규 환자 주소 입력 등 일부 차질
전공의 복귀 뒤 인건비 부담 커진 대형병원 "지원 중단 땐 회복 더뎌"

광주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병원 복도를 이동하고 있다. 2025.9.1/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정부 전산 장애로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 재난경보 '심각' 단계 해제를 예고했다. 현장에서 대민 전산 차질이 남아 수기·유선 대체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정상화'를 전제한 하향 시그널을 낸 셈이다. 위기 관리의 안일함과 정부 메시지의 엇박자가 동시에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30일 복지부 "추석 연휴까지 비상진료대책을 유지하고, 이후 위기평가회의를 거쳐 2024년 2월 발령된 보건의료 재난경보 '심각'의 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상진료체계 하에서 시행 중인 건강보험 수가 인상 등의 각종 지원 조치는 관계 단체와 협의해 의료기관과 국민에게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행정정보시스템의 전산 장애와 의료 재난은 성격이 다른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의아한 점은 심각 단계 하향을 예고한 시기다. 지난 26일 대전 국정자원 화재 이후 닷새째 복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환자 확인이 지연되거나 검사 결과 반영이 늦어지고, 보험 청구·행정 보고가 일시 중단되는 사례가 파악되는 등 다양한 차질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언제 완전히 복구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의료진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진료 자체는 돌아가지만, 핵심 행정 시스템이 멈추면서 현장 불편으로 곧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중소병원과 의원 규모에서는 불편이 더 직접적이다. 자체 전산 인프라가 약하고 행정·청구의 상당 부분을 공공 전산망에 의존해온 탓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대형병원 사이에선 전공의 복귀 규모가 진료과·지역·병원별로 편차가 큰 상황에서, 심각 단계 해제와 함께 정부 지원이 급격히 중단되면 오히려 의료 정상화가 더딜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심각 발령 이후 가동된 비상진료체계는 의정 갈등 국면에서 줄어든 진료량을 완충하는 사실상 보전 장치 역할을 했다. 전공의 복귀가 진행 중이라고 해도 추가로 채용한 진료지원(PA) 간호사, 촉탁의 인건비는 당분간 유지해야 해 비용 부담이 이어진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한 대학병원장은 "우리가 어렵다고 정부가 계속 지원해 줄지는 의문"이라며 "전공의와 진료지원 인력 인건비가 의정 갈등 전보다 늘어난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전산 장애 여파로 대민·행정 업무가 더뎌지는 부분도 있어, 단계 하향의 속도와 방식은 현장 회복 속도에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