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코로나19 시험대에 오른 '3200만' 고향길

김희준 바이오 부장
김희준 바이오 부장

(서울=뉴스1) 김희준 바이오 부장 = 올해 추석은 열흘 가까운 연휴다. 역대 최장에 가까운 일정이다. 32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이동할 전망이다. 그야말로 민족 대이동이다.

문제는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의 위험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38주 차(9월 14∼20일)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는 428명이다. 직전 주보다 7%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수준이다. 감소세라 보기 어렵다.

외부 변수도 많다. 한류 콘텐츠 인기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고, 29일부터는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까지 시작됐다. 국경 간 이동이 많아질수록 해외 변이 유입 가능성도 커진다. 확산의 불씨는 예년보다 훨씬 짙다.

팬데믹 당시를 떠올려보면 연휴 직후 확진자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병상이 모자라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고, 지방 중소병원은 속수무책이었다. 그 충격과 혼란은 아직도 생생하다. 코로나19가 4급 감염병으로 격하됐다고 해서 위험 자체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변이는 여전히 잦고, 해외 유입도 끊이지 않는다. 관리 체계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그대로다.

올해 추석 연휴는 그래서 더 위험하다. 방역 수위는 완화됐지만 이동 규모는 더 커졌다. 홍역처럼 전파력이 강한 감염병, 동남아에서 유행하는 각종 질환까지 감안하면 '과하다 싶은 대비'가 오히려 합리적이다.

현실을 체감하려면 대중교통을 생각해 보자. 추석 연휴 이동 인구 중 약 320만 명이 철도·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함께하는 승객들 가운데 마스크를 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단 한 명의 감염자라도 바이러스는 빠르게 퍼질 수 있다. 감염 확산의 우려는 추상적 공포가 아니라 현실적 위험이다.

그래서 정부의 방비는 더욱 중요하다. 팬데믹 때 확산 방지에 큰 역할을 했던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이 지금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병원 내 격리병상 가동 여부, 의료 인력 투입 체계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역할도 크다. 귀향길에서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예방접종 같은 기본 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물론 대응 방식은 과거와 달라야 한다. 지나치게 경직된 방역으로 일상과 경제가 멈추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최소한의 대비조차 소홀히 하면 '설마'가 '후회'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번 연휴가 재확산의 기폭제가 되지 않도록 정부와 모든 국민이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h99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