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형외과 부설 아동발달센터?…한숨 나오는 '사무장병원'

아이에 대한 불안 노린 악질…정상 기관, 부모 등 고통
국회·전문가들 "인증제로 서비스의 질, 신뢰 담보해야"

아동 발달과 정서에 대한 부모의 불안과 공포를 악용한 신종 '병원 장사'가 수년째 근절되지 않아 전문가들이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모들도 분통을 터뜨리며 단순 적발 이상의 조치를 촉구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아동 발달과 정서에 대한 부모의 불안과 공포를 악용한 신종 '병원 장사'가 수년째 근절되지 않아 전문가들이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모들도 "어느 기관이 불법 개설됐는지 알아야 피해를 최소화하지 않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며 단순 적발 이상의 조치를 촉구했다.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어린 자녀의 발달 지연과 정서에 대한 부모의 불안과 공포를 파고든 '병원 장사'가 전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성형외과·정형외과·내과·한의원 등 아동 발달 치료와 거리가 먼 병의원 등이 아동발달센터를 세워 운영하는 방식 등이다.

이들 기관은 코로나19 유행 직후 개소한 부설 센터에서 보험 실비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모객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등의 현장 출입 조사 결과, 일부 기관은 봉직의 몇 명을 고용해 이들 이름을 빌린, 이른바 '사무장병원'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복지부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지방자치단체·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8월까지 아동발달센터와 관련해 불법 개설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57개소를 추려, 10개 기관에 대해서는 현장 출입 조사까지 벌였다.

그 결과 불법 개설 혐의가 확인된 기관은 7곳이었다. 건보공단은 수사기관에 이들 7곳의 수사를 의뢰했고, 조사를 거부한 1곳에 조사 없이 수사를 의뢰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복지부는 "센터 난립과 연계해 실태조사를 거쳐 건전한 의료 공급 질서를 회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지방자치단체·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8월까지 아동발달센터와 관련해 불법 개설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57개소를 추려, 10개 기관에 대해서는 현장 출입 조사까지 벌였다. 그 결과 불법 개설 혐의가 확인된 기관은 7곳이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문제는 이런 병원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복지위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공단 자료를 보면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 8월 31일까지 아동 발달지연으로 건보 청구내역이 있는 의료기관 311개 중 212개(68%)는 불법개설 의심으로 집계된 바 있다.

병의원이나 약국은 의사 또는 약사가 개설해야 한다. 이들 또는 법인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하는 일은 명백히 불법이다. 사무장병원 또는 면대(면허대여) 약국이라는 용어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접촉은 줄고 마스크 착용은 늘면서 의심 사례도 증가했는데 비급여 진료로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점, 부모의 불안감, 금전적 편취를 악용한 방식이다. 이에 대해 아동 보호자, 보험사 관계자, 의료진, 국회 모두 기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아동과 그 가족에게 피해를 최소화하며 건보 재정 누수를 막고, 정당하게 진료하는 기관은 매도되지 않도록 명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예컨대 현대해상이 아동 가족 등에게 실손보험급을 지급하지 않은 일도 벌어져, 수년째 관련 분쟁이 이어진 바 있다.

발달지연아동권리보호가족연대 한 관계자는 "이런 불법 기관에 가지 않도록 복지부, 보험당국 등의 명확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금전적 문제에 긴 대기기간 등 부모는 여러 고통을 겪고 있다. 아이가 평범하게 살 수 있길 바랄 뿐, 불법 기관의 나쁜 일에 연루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장기간 치료 받아야 하는 특성에 더해 현대해상과의 분쟁, 불법 기관의 폐업 등 외부적 요인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늘었다고 한다. 아동 가족들은 단순 적발을 넘어 불법 기관에 대한 정보 공유, 비급여 진료비 상한선 등의 대책을 수년째 제안했으나 관철되지 않은 데에 대해 비판했다.

아동 발달재활 전문 의료진으로 구성된 대한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도 오는 28일 오후 '발달지연·발달장애 아동 치료 시스템 재정립 정책간담회' 개최에 앞서 서비스의 질, 국민 신뢰를 위해 '치료의료기관 인증제' 도입을 건의했다.

학회는 "아동발달지연 관련 사무장병원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특히 의원급과 수도권·광역시에 집중됐다"면서 "정당한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 기관에 대한 관리·지원 확대와 함께 발달치료기관 인증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또 "민간 치료사에 대한 국가 인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로써 서비스 표준을 확립하고, 비전문가에 의한 부적절한 치료 개입을 예방하며, 발달재활 서비스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선민 의원은 "제대로 된 치료도 하지 않고 부모 마음을 이용해 과도한 비용을 청구하는 의료기관 부설 아동발달센터가 난립하고 있다"며 "현장 조사를 나가면 대부분 불법시설로 적발되고 있지만 복지부는 뚜렷한 대책 없이 적발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향후 의료기관에서 부설기관을 운영할 때 시설과 인력을 보건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만으로도 예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국정감사에서 복지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겠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