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오늘부터 '무기한' 파업…임금·인력·공공성 쟁점 부각

호봉 간 임금 상승액 1만~2만 원…다른 국립대병원은 10만 원 수준
병원 "불편 사례 없어"…응급실 등 '필수의료'과는 제외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가 파업에 돌입한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노조의 입장문이 게시돼 있다. 2025.9.24/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24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인력 충원과 임금체계 개편, 공공의료 강화를 핵심 요구로 내세웠는데, 병원과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대병원 측은 이날 파업으로 인해 접수된 민원 등은 없다고 했다. 외래 진료와 수술을 담당하는 전문의들은 노조에 속하지 않았고, 노조 역시 응급실과 수술실 등 필수 진료 부서는 파업 대상에서 제외해 왔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노사 간의 문제인 만큼 직접 개입보다는 환자 불편 및 피해 모니터링에 집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날(23일) 의료연대본부가 파업을 철회해서 일부 병원에서 환자 불편이 해소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서울대병원 노사도 자율적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다만 "국립대병원 부처 이관은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과제로, 정부가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로비 앞에서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7일 '1차 파업' 이후 병원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김영태 서울대학교병원장이 '(병원) 교수들의 반대' '인사경영권' 등의 문제로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강원대병원·경북대병원·충북대병원 등 국립대병원 노조는 지난 17일 경고성 파업에는 참여했으나, 24일 전면 파업 여부를 철회하거나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소재 상급병원 관계자는 "서울대병원과 달리 우리 병원은 임금체계나 교대제 문제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파업 수위가 다르다"며 "서울대병원 파업으로 직접적인 환자 전원이나 수술 취소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쟁점은 서울대병원 전면 파업의 원인이다. 서울대병원은 2015년 도입된 72단계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어 다른 국립대병원보다 장기근속자의 임금 상승 폭이 작다. 5년 이상 근속 간호사의 퇴직률은 국립대병원 평균이 16.3%에 그치지만, 서울대병원은 28.6%로 가장 높았다. 숙련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병원 내 업무 공백과 환자 안전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임금 격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른 국립대병원은 호봉 간 임금 상승액이 평균 10만 원 안팎이지만, 서울대병원은 1만~2만 원에 불과하다. 장기 근속자가 10년, 20년을 채워도 임금이 동급 병원에 비해 낮아지고,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노조는 인력 충원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전공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간호사와 시설인력 등 필수 인력이 부족해 중환자실, 응급실, 소아중환자실 등에서 야간 단독 근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현장 발언에 나선 조합원들은 "최소한의 인력 충원조차 이뤄지지 않아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근무 여건 개선을 촉구했다.

이채민 서울대병원분회 교섭위원은 "노동조합은 지금까지 수십 차례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기재부 탓만 하며 인력 충원을 거부했다"며 "공공병상 회복과 무상의료 확대 같은 요구에도 병원장은 책임 있는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노조는 교수·전문의에게 적용되는 의사 성과급제는 과잉진료를 부추기고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폐지를 요구했다. 또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과정에서 축소된 공공병상 187개를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상 축소가 중증환자 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밖에도 국립대병원 경영평가가 재무성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점을 문제 삼아 공공성 평가 도입을 요구했다. 간병·진료지원 업무의 불법적 전가 해소, 어린이·청소년 무상의료 시범사업 시행 등도 포함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