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8주째 암 진단에 자궁 파열…무사히 아이 안았다
쌍둥이 '이소성 임신'에 '신경내분비 종양' 진단
분당차여성병원 다학제 진료로 산모·아이 모두 무사히 출산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임신 8주 암 진단을 받고 자궁까지 파열됐던 임신부가 분당차여성병원 다학제 진료 덕분에 임신 35주 차에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분당차여성병원은 이지연 산부인과 교수, 한정희 외과 교수, 김수민 난임센터 교수팀이 임신 8주경 충수돌기 '신경내분비 종양' 암 진단을 받은 환자를 복강경으로 수술해 임신 35주 차에 분만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산모는 쌍둥이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태아 중 한명이 자궁각(자궁의 한쪽 모서리)에 임신한 '이소성 임신' 환자이기도 했다.
A 씨(31)는 시험관 시술로 쌍둥이를 임신했으나 임신 8주쯤 우측 아랫배에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껴 응급실을 찾았다. 의료진은 임신 초기임을 감안해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고 MRI검사를 시행해, 충수돌기와 자궁 오른쪽 부분이 맞닿아 있음을 확인했다.
충수염이나 난소낭종 혹은 자궁외임신으로 인한 자궁 파열 가능성을 의심한 이 교수 등은 함께 응급 복강경 수술을 실시했다. 복강 안에는 피가 가득 차 있었다. 자궁각 임신으로 자궁이 파열됐다.
충수돌기가 부종이 심하고, 모양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을 확인한 의료진은 충수돌기를 절제한 뒤 조직검사를 보냈다. 조직검사 결과 신경내분비 종양이라는 초기 악성종양으로 밝혀졌다.
신경내분비 종양이란 신경전달물질 또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신경내분비 계통의 세포에서 발생하는 희귀 종양이다. 조기 발견이 어렵고, 맹장염 수술 중 조직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개 크기가 작으며, 조기에 수술하면 예후가 좋은 편이다.
다행히 A 씨는 수술을 통해 암을 조기 발견하고, 완전히 제거할 수 있었다. 수술 중 산모의 출혈이 워낙 심해 자궁 내 남은 태아마저 유산될지 우려됐지만, 노련한 의료진들의 적절한 수술과 빠른 대처로 남은 태아를 살려낼 수 있었다.
A 씨는 남은 임신기간을 순조롭게 보낸 환자는 36주에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임신 35주 검사에서 혈압이 올라가는 '중증 전자간증(임신중독증)' 소견을 보였다. 전자간증은 태반 및 태아로의 혈류공급에 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태아와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가장 빠른 치료는 아이를 분만하는 것으로 주치의 이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의료진과 함께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했다.
분만 후 A 씨는 건강하게 회복했으며 아기(딸) 역시 12일간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받은 뒤 엄마와 함께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다.
한 교수는 "수술 시 출혈이 너무 심해 복강 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충수돌기에 직접적인 염증 소견은 없었지만 부종이 심했고 모양이 정상적이지 않아 절제했는데 조직검사 결과 신경내분비 종양이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한 케이스였다. 정기적으로 경과만 관찰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궁각 임신은 파열 시 모체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데 산부인과, 난임, 외과 교수진의 다학제 진료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며 "잘 견뎌준 산모와 아이에게 감사하다.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고 전했다.
분당차여성병원 관계자는 "임신 준비부터 산전관리, 출산까지 원스톱 진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또 고위험 임신 및 임산부의 어떠한 응급상황이나 위험상황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타진료과와 함께 진료하는 다학제시스템으로 고위험 임신 및 출산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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