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지역 따라 다른 자살 양상…배경엔 스트레스·빈곤·실업

10대 자살률 역대 최고…노인층 여전히 OECD 최상위권
실업·부채 등 경제위기와 정신건강 문제 복합적으로 작용

김민석 국무총리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9.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연령과 지역에 따라 자살 양상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12일 발표한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에 따르면, 자살은 연령·지역별 특성과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뚜렷하게 구분됐다.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았다.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40.6명(3838명)으로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이다. 중장년(40~64세)은 32명(6639명), 청년층(20~39세)은 24.4명(3131명)으로 집계됐다.

10대 자살률은 10만 명당 7.9명(37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소년의 우울감 경험률은 27.7%로, 4명 중 1명 이상이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 자살자 중에서는 50대가 20%(2792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18%, 2510명), 60대(16.4%), 30대(12.4%), 70대(10.8%)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자살률 추이 및 2023년 자살률·자살자.(보건복지부 제공)

지역별로는 충남(29.4명), 충북(28.6명), 울산(28.3명)이 높았고, 서울(19.0명), 세종(19.2명), 경기(21.2명)는 낮았다. 젊은 인구 비중이 큰 지역은 자살률이 낮고,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은 반대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복지부 심리부검 결과, 자살 사망자는 사망 전 평균 4.3개의 스트레스를 복합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원인은 정신적 스트레스(86%), 가족 문제(62%), 경제적 어려움(61%), 직업 관련 요인(59%)이었다.

정신 요인으로는 우울·불안, 트라우마, 양극성 장애, 조현병, 강박장애 등이 꼽혔다. 건강한 성인에 비해 자살 위험은 양극성 장애 환자가 6.1배, 조현병 5.9배, 강박장애 4.7배 높았다.

경제·직업 요인에는 파산, 부채, 채권 추심, 실직 등 위기가 포함됐다. 특히 실업률과 자살률의 변동 추이가 유사하게 나타나 고용 안정성이 자살 위험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실업률 및 상대적 빈곤률과 자살률 연동.(보건복지부 제공)

신체 요인으로는 만성질환과 장애, 사고로 인한 중상 등이 있었으며 노인 자살자의 69.3%가 건강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대인관계 요인으로는 이혼 등 가족 불화, 직장 내 갈등, 남녀 문제 등이 포함됐다.

자살 유족도 위험군이다. 삼성서울병원 연구에 따르면 자살 유족은 일반인보다 자살 위험이 22배 높고, 자살률은 10만 명당 586명에 달했다. 슬픔과 자책, 사회적 낙인으로 고통을 겪기 때문이다. 동반 자살, 유명인 자살, 범죄·부조리와 관련된 자살은 사회적 충격을 키우며 모방·추종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이날 제9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국가자살예방전략을 확정했다. 복지부를 비롯해 국무조정실, 금융위,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14개 부·처·청이 참여하며 지자체별 자살예방관 지정과 정책 이행 평가로 책임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살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모든 행동계획을 준비해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