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쓰면 또 쓴다"…비대면진료 경험자, 재이용률 4.07배 높아

[김규빈의 저널톡] 신재용 연대의대 연구팀, 국내 첫 대규모 결과 발표
정신과 환자 64.5% 원격진료 선호…암 환자는 협진 48.6% 뚜렷

김규빈의 저널톡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정부가 비대면진료를 추진하는 가운데, 한 번 이용한 환자가 다시 이용할 가능성이 비경험자보다 이용 의사(WTU) 4.07배, 지불 의사(WTP) 2.89배 높다는 국내 첫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신과 환자는 원격진료 이용 의사가 64.5%로 가장 높았고, 암 환자는 협진 선호가 48.6%로 뚜렷했다.

11일 신재용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등 연구팀은 2023년 전국 19~69세 성인 552명을 성·연령·지역으로 층화 표집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원격진료를 환자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의사와 진료하는 서비스, 협진을 지역 병원 의사와 대형병원 전문의가 원격으로 함께 진료하는 서비스로 정의했다. 두 개념 이해 여부를 확인한 뒤 정답을 맞힌 응답자만 최종 분석에 포함했다.

연령별 분석에서는 고령층의 지불 의사가 뚜렷이 높았다. 60세 이상은 원격진료 WTP가 2.13배, 협진 WTP가 3.47배로 20대보다 2~3배 이상 높았다. 반면 WTU는 20대에서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었으며, 이는 앱 기반 서비스 사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WTP(지불 의사)는 환자가 실제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을 나타내는 지표다.

거주 지역에 따른 격차도 컸다. 비수도권 거주자는 수도권보다 협진 WTU가 1.48배 높았으며, 특히 근골격계(1.41배)와 내과(1.44배)에서 원격진료 WTU가 더 높게 나타났다. 피부과(1.41배)와 암 질환(1.63배) 협진 역시 비수도권에서 선호도가 두드러졌다. 협진 WTP도 근골격계 1.58배, 내과 1.43배, 피부과 1.47배, 암 1.60배로 모두 비수도권에서 더 높았다.

가장 큰 변수는 이용 경험이었다. 원격진료 경험자는 비경험자보다 WTU가 4.07배, WTP가 2.89배 높았다. 협진에서도 경험자의 선호가 뚜렷해 WTU 2.21배, WTP 2.76배로 나타났다. 초기 경험이 서비스 수용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확인됐다.

자가 건강 상태와 만성질환 여부도 영향을 미쳤다.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원격진료 WTP가 1.64배, 협진 WTU와 WTP가 각각 1.63배, 1.57배 높았다. 만성질환자는 원격진료 WTP 1.92배, 협진 WTP 1.77배로 비보유자보다 지불 의사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임상 영역별로는 정신과에서 원격진료 선호가 가장 높았다. 정신과 원격진료는 WTU 64.5%, WTP 27.0%였으며, 피부과는 WTU 60.0%, WTP 19.2%, 협진 WTU 63.2%, WTP 22.8%로 뒤를 이었다. 내과는 원격진료 WTU 54.9%, WTP 19.7%, 협진 WTU 63.0%, WTP 25.5%였고, 근골격계는 원격진료 WTU 48.9%, WTP 16.8%, 협진 WTU 57.6%, WTP 25.0%로 나타났다. 암 질환은 원격진료 WTU 27.9%, WTP 15.0%로 가장 낮았지만, 협진에서는 WTU 48.6%, WTP 24.8%로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연구진은 "정신과 진료는 긴 상담 시간과 대면 시 낙인 부담 때문에 원격진료 수요가 높았다"며 "암은 전문의 접근성이 중요해 협진 선호가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수도권 접근성 해소와 초기 경험 기회 제공, 진료 특성별 맞춤형 정책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며 "정책 설계에서 질환별 특성과 환자 요구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의료인터넷연구 학술지'(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 6월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