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속 저 병원은 어디?"…의료관광 온 외국인, 한의원 찾는다

지난해 100만 돌파…올해 130만~140만 방문 예상…한의원도 주목
케데헌 등 호조세 지속…지역, 홍보마케팅·통역 코디네이터 지원

서울 종로구 창덕궁 약방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5.7.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한국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00만 명을 돌파한 의료 관광 시장에도 더 강한 'K-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기존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집중됐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한의원 등으로 다양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24년 외국인 환자 유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02개국에서 117만 467명이 한국을 방문했고 1년 전(60만 5768명)보다 93.2% 급증했다. 역대 최다 규모고, 100만 명을 넘긴 일도 처음이다. 올해는 130만~140만 명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방한 외국인 중 해외 카드로 국내에서 의료 업종을 이용한 환자는 모두 91만 9104명이다. 이용액은 1조 4052억 원으로 1인당 152만 9000원가량이다. 중국 환자들의 본국 결제 수단, 그 외 현금 결제까지 감안하면 수천억 원은 더 쓰였을 수 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와 그 동반인의 지출액은 총 7조 5039억 원으로 추산된다. 직·간접적으로 국내 생산 13조 8569억 원, 부가가치 6조 2078억 원이 유발됐다. 외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약 641만 원이며 몽골 환자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이 1187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가장 많이 진료받은 과목은 피부과로 70만 5044명(전체의 56.6%)이 미용 시술을 받았다. 미국 유명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이 지난달 한국에 들러 피부과 시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서울 용산과 강남의 클리닉에 방문했고, 각 기관은 이 내용을 적극 홍보한 바 있다.

서울 강남에서는 피부과 한 군데가 환자를 1만 명 넘게 이끌고 있다. 현지 대비 합리적인 비용과 안전하다는 입소문 덕에 주로 레이저, 보톡스, 필러 등의 시술을 받고 있다. 피부과 다음으로 성형외과(11.4%), 내과(10%), 검진센터(4.5%), 한방 통합(2.7%) 순으로 환자들이 방문했다.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근정전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2025.9.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특히 한의원이 '의료관광 필수 코스'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한의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가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증가율만 보면 피부과 다음이다. 한약·추나·침 등도 함께 관심을 얻는 셈이다. 실제로 '케데헌'에는 주인공인 '헌트릭스'가 한의원에서 한약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로써 일선 한의원들은 영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어의 자료를 두고 외국인 환자들에게 소개 중이다. 한의원에 온 환자들은 체험 위주의 한의 의료관광을 넘어 실질적인 치료 수요를 가지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외국인 환자 유치 기관인 통인한의원 의료진이 한국한의약진흥원 지원으로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방문 환자(318명)의 약 69%가 여성이었고 연령은 20~30대가 많았다. 국적은 미국(31.4%), 프랑스(12.3%), 싱가포르(8.5%) 순이었다.

진료 분야는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많았지만, 내과·산부인과·정신과 질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전체 환자의 53.8%가 한약을 함께 처방받았으며 한약 복용은 평균 36.6일로 장기 복용 경향을 보였다. 제형별로는 환제가 탕약보다 2.3배 많이 선택됐다.

김정현 통인한의원 한의사는 "외국인 환자들이 단기적인 통증 완화뿐 아니라 장기적인 건강관리를 위해 한의 치료를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한의약이 관광 콘텐츠를 넘어 글로벌 헬스케어 자원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라고 소개했다.

이승환 통인한의원 원장은 "한국한의약진흥원의 국책사업을 통해 이번 논문을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었다"면서 "한의원의 외국인 환자 진료 현황을 널리 알리고 동료 한의사들에게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각 광역자치단체도 신성장 산업이라 인식한 뒤 외국인 환자 유치를 돕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는 협력 의료기관에 홍보·마케팅, 통역 코디네이터 업무를 지원하며 외국인 환자 진료 의료기관 등록 및 변경 업무를 즉각 처리하고 있다.

강진용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우수한 의료 기술과 인프라를 갖춘 서울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의료관광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안전하고 편리한 K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환자 유치기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다양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