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회·국가가 같이 만드는 성공노화의 길[김현정의 준비된 노후]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 News1 권형진 기자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 노후를 이야기할 때 흔히 '경제적 준비'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어떻게 건강하고 의미 있게 다 같이 잘 사는가, 즉 '성공노화'(successful ageing)가 더 중요한 시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세계 노화 보고서'(World Report on Ageing and Health)에서 'Healthy Ageing'(건강한 노화) 개념을 공식화하며 기능적 능력(functional ability) 유지와 사회적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한국에서는 불평등 해소, 디지털 헬스 활용, 지역사회 돌봄을 포괄하는 새로운 성공노화 정책 모델이 필요하다. 성공노화란 신체적 건강, 정신적 안정, 사회적 참여가 균형을 이루는 삶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사회 돌봄, 통합돌봄에서 상대적으로 누락돼 있는 구강건강 관리와 디지털 헬스케어가 더해질 때, 개인·사회·국가가 함께 손잡아 든든한 노후가 가능하다.

구강관리 특화 통합 돌봄 나선 지자체

지방의 한 자치단체는 구강관리 특화 통합 돌봄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독거노인을 방문해 간호사·사회복지사·치과위생사가 함께 구강건강을 포함한 전반적 건강을 점검한다. 이 과정에서 구강노쇠 예방관리와 다채널 구강세정기 같은 구강관리 기기를 지원해 흡인성 폐렴을 예방하고, 돌봄 제공자의 부담도 줄였다. 고령자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책임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웃과 지역사회가 돌봄을 분담할 때 고령자는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자립생활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지역사회 기반 공동체적 연대야말로 성공노화의 든든한 기반이다. 특히 사회적 협동조합이나 의료복지사회적 협동조합은 단순한 돌봄 제공을 넘어 지역사회 주민들이 주체가 돼 맞춤 서비스를 기획·운영하는 참여형 모델을 지향한다. 이들은 구강건강 관리, 식사 지원, 방문 간호, 재활 프로그램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며, 지역 내 병·의원·치과·복지기관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안정적 일자리 창출과 합리적 비용 분담을 통해 공공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고령자의 요구를 직접 반영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공동체적 연대 속에서 고령자 자립을 지탱하는 든든한 토대가 될 수 있다.

디지털 헬스로 확장되는 안전망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부터 건강보험 DB를 기반으로 한 건강보험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개인 맞춤형 건강서비스와 보건의료 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 신기술 예비급여 사업을 통해 구강돌봄 영역에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강세척수의 탁도나 음식물 잔사를 촬영해 인공지능이 구강건강 상태를 평가도 가능하게 했다. 이는 고령자의 자가 구강관리 역량을 높이고, 생활 자립 수준을 높인다. 국가가 정책과 기술을 연결할 때 개인과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성공노화 그리고 글로벌 리더십

이처럼 개인의 건강 습관,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사회적 돌봄, 국가의 보건복지제도와 디지털 헬스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든든한 노후 준비가 가능하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고, 사회와 연결돼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가는 삶이 곧 성공노화다. 지금 우리 사회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준비하지 않으면 초고령사회는 위기가 되지만 다 같이 준비한다면 다르다. 개개인이 스스로 건강을 지키고, 사회가 돌봄을 나누며, 국가가 제도로 지켜줄 때 한국 고령자의 노후는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라 성공의 또 다른 이름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전 세계가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지금, 한국은 의료보험·장기요양보험 제도, 지역사회 기반 통합돌봄, 구강건강 관리라는 틈새시장과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특화시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고령친화산업의 리더가 될 수 있다. 한국형 성공노화 모델은 국내 고령자의 삶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가 직면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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