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첫 날, 의료 정상화 '시동'…"수련 체계 회복은 아직"

주요 대학병원 복귀율 60~80%대…당직·병동 업무 순차 재개
교수진 "1년 반 버텼지만 신뢰 회복이 더 큰 과제"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복귀한 1일 오전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등이 이동하고 있다. 2025.9.1/뉴스1 ⓒ News1 남승렬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전공의 상당수가 병원으로 돌아오면서 의료 공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교수진·간호사와의 갈등, 불투명한 수련환경 개선 과제 등 현장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 복귀율은 60~80%로 나타났다. 하반기 수련이 시작되는 이날부터 수도권 대형병원은 당직·병동 업무를 중심으로 순차 배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이 투쟁에 나섰을 때 전임의와 교수들도 함께 사직하며 동참했지만, 투쟁이 끝났을 때 (일부 전공의들은) 전화기를 꺼버리고 복귀 여부에 대해 응답 조차하지 않거나,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교수들은) 1년 반 동안 진료 공백을 버텨내며 교실을 지켜왔다. 이제 누가 옳았는지를 따지기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토로했다.

일과 수련의 경계가 모호해진 점도 문제로 꼽힌다.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에 복귀한 한 전공의는 "업무 배정이 곧 교육 과정과 연결돼 있어 일상적인 진료와 수련을 구분하기 어렵다"며 "수련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복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의대 교수는 "방어적으로 가르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사제지간의 신뢰가 무너진 것이 가장 큰 문제"고 했다.

간호사 등 의료진과의 관계도 불안 요인이다.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다수의 PA(진료보조) 간호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했는데, 전공의가 복귀하면서 이들과의 역할 조정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소재 종합병원 원장은 "그간 PA 간호사가 사실상 전공의 업무를 맡아왔는데, 갑작스러운 권한 조정이 현장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과 필수과목의 복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문제다. 지방 소재 국립병원 관계자는 "비수도권에서는 복귀율이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내과·외과·산부인과 등 필수과목 인력난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사업의 불투명성도 현장의 불만으로 이어진다. 앞서 정부는 올해 전공의 수련혁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집행은 지연되고 있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이번 달부터 집행한다고 했지만, 기준이 모호하다"며 "책임지도 전문의 제도 통합, 수련비율 조정 등 일부만 공지된 상태라 현장에서는 예산이 실제로 어떻게 쓰일지 불신이 크다"고 밝혔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병원 단위로 예산 집행 책임을 넘기는 방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병원이 평가와 환수 조치를 감수하는 조건으로 수련 관련 수당을 관리하게 되면, 교육보다는 인건비 조정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전공의 수련에 투입되는 교수 인력이 늘면 병원 진료 기여도가 줄어든다"며 "병원이 이를 이유로 수당 조정이나 인력 배치를 달리할 경우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상화를 위해서는 복귀 자체보다 이후 갈등 관리와 수련환경 개선이 더 중요하다"며 "정부와 병원, 교수진이 모두 책임 있는 자세로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