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예고없이 엄마·아이 흔드는 '이 질환'…최선책은
혈압 140/90일 경우 임신성 고혈압 의심…임신중독증 증가세
태아 성장 상태 관찰하며, 적정 분만 시기 결정하는 게 중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임신이란 특별한 여정 속에 예고 없이 오는, 무서운 질환이 있다. 겉으로는 아무 증상이 없어 보이나 어느 순간 엄마와 태아 모두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게 '임신중독증'이다. 예방법마저 없어 정기적인 산전 검사로 초기에 발견하는 게 최선의 대비라고 한다.
임신중독증은 임신 중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면서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고령 임신과 만성질환의 증가, 스트레스 등으로 계속 느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임신중독증 내원 환자는 2017년 9873명에서 2021년 1만 4074명으로 증가했다.
산모와 태아의 사망을 유발하는 주요 합병증 중 하나로 보통 임신 20주 이후에 발생한다. 전체 임신부의 약 4~8%에서 나타나는데, 문제는 전조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증상이 감지될 무렵이면 이미 꽤 진행된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과 관리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임신 중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일 경우 임신성고혈압을 의심할 수 있으며 단백뇨가 동반되면 임신중독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두통, 시야 장애, 복통, 부종, 경련 등도 뒤따르며 간, 신장, 심장 등 주요 장기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경련에 의한 뇌신경 손상을 유발하며 생명까지 위협한다.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쳐 자궁 내 성장 지연이나 양수 감소, 태반 조기 박리 같은 심각한 합병증뿐만 아니라 자궁 내 태아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된다.
이와 관련해 편승연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중독증 환자 증가는 고령 임신과 관련이 있다"면서 "이에 더해 스트레스나 비만 또는 젊은 나이에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에 노출되는 점도 영향을 준다고 본다"고 소개했다.
특히 임신 전부터 이미 비만이나 고혈압이라면, 더 주의해야 한다. 만성 고혈압 환자는 물론 콩팥질환이나 당뇨병이 있다면 임신중독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시험관 시술로 임신했거나 쌍둥이를 가졌을 때도 임신중독증 위험도가 올라간다.
혈압 측정과 단백뇨 확인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질환이 악화할 때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관찰하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단백뇨가 동반되지 않았는데 중증의 임신중독증 증상을 보일 수 있어 임신 중 고혈압이 진단됐다면 수시로 혈압을 재며 변화 추이를 파악해야 한다.
혈액검사나 소변검사로 간 기능, 콩팥 기능, 혈소판 수치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임신중독증 악화로 인한 장기 부전 가능성도 관찰해야 한다. 증상의 정도를 고려해 입원 치료가 요구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응급 분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송관흡 고려대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선의 치료법은 출산"이라며 "임신 주수에 따라 혈압을 조절하고 태아의 성장 상태를 관찰하면서 적정분만 시기를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꼭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게 아니며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고려해 자연분만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임신중독증을 완전히 예방할 방법은 없다. 다만 고령, 비만, 만성 고혈압, 만성 당뇨, 신장 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거나 과거 임신중독증 병력이 있는 고위험군에서는 임신 16주 이전부터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시작하는 게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이 밖에도 임신중독증은 다음 임신에서 재발할 확률이 높다. 임신중독증을 경험한 적 있는 산모는 다음 임신의 초기 상담을 받을 때 "과거에 임신중독증을 앓았었다"고 의료진에게 고지하는 게 중요하다.
임신중독증은 산모의 장기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분만 후 5년 이내 만성 고혈압을 가지게 된 비율이 25%로 확인됐고 중증 임신중독증 산모가 향후 고혈압에 걸릴 위험도는 6배, 허혈심질환은 1.7배, 당뇨병은 4배 정도 증가한다.
편승연 교수는 "혈압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나 출산이 곧 치료다. 경과를 관찰하면서 주수를 늘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건강하게 출산하도록 돕는 게 최선"이라며 "출산 후에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송관습 교수도 "위험 요인을 사전에 인지하고 정기적인 진찰을 통해 혈압, 단백뇨 등 증상 변화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건강한 생활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 잠재적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대응해 산모와 태아를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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