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여성, 스트레스 최고조는 '이행 후기'…울화·우울 감정 두드러져"

강북삼성병원 연구팀, 42~52세 여성 4619명 추적 관찰
전상원 교수 "감정 억제 많은 한국 문화, 화병 등 신체화 증상 주의해야"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 교수, 헬스케어데이터센터 류승호 교수, 코호트연구소 장유수 교수, 장윤영 박사(왼쪽부터)/ 강북삼성병원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한국 중년 여성이 폐경 이행기를 겪는 동안 인지된 스트레스가 증가하는데, 이 중 '울화'와 '우울' 감정이 두드러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폐경 이행기에는 신체적·심리적 변화가 함께 나타나며, 이로 인해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중년 여성의 폐경 이행기 심리 변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많지 않았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 교수, 헬스케어데이터센터 류승호 교수, 코호트연구소 장유수 교수, 장윤영 박사 연구팀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42~52세 여성 4619명을 평균 6.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진은 폐경 단계 변화와 인지된 스트레스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개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와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인지된 스트레스'를 통해 평가했다. 이를 위해 Perceived Stress Inventory(PSI)라는 표준화된 설문지를 활용했으며, 해당 설문은 긴장, 우울, 울화의 세 가지 하위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폐경 단계는 국제 기준인 STRAW+10에 따라 폐경 전, 폐경 이행 전기, 폐경 이행 후기, 폐경 후의 네 단계로 구분해 분석했다.

그 결과, 인지된 스트레스 총점은 폐경 전보다 폐경 이행 후기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가 폐경 후에는 다시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하위 항목 중에서는 울화 점수가 폐경 이행 전기부터 후기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우울 점수는 폐경 이행 전기부터 높아지기 시작해 폐경 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상원 교수는 "울화 점수가 폐경 이행 후기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우울 점수가 장기간 지속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경향이 강한데, 억눌린 감정은 신체적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는 지난 1994년 미국정신의학회는 '화병'(Hwa-byung)을 한국 문화 특유의 스트레스 반응으로 소개한 바 있다.

장유수 교수는 "폐경 이행기는 단순한 생리 변화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시기"라며 "이번 연구는 단계별 맞춤형 정서 지원 체계, 예컨대 심리 상담, 수면 관리, 규칙적인 신체활동 등을 통해 폐경기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일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중년기 및 노년기 건강 국제학술지 '마투리타스'(Maturitas) 7월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