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장내 미생물 환경이 파킨슨병 조기 진단 단서"

렘수면 행동장애 동반 환자 장에서 점액층 분해 및 염증 유발 유해균 발견

정선주(왼쪽)·조성양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이 질병 경과와 맞물려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렘수면 행동장애를 동반한 환자에게서 점액층을 파괴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유해균이 초기부터 관찰돼 조기 진단과 맞춤 치료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정선주·조성양 신경과 교수팀이 지난 2019~2024년 파킨슨병 환자 104명과 대조군 85명을 모집해 렘수면 행동장애 유무와 질병 진행 단계에 따른 장내 미생물 변화를 추적·분석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파킨슨병 진단 전 렘수면 행동장애를 경험한 환자군(57명)은 초기부터 아커맨시아(Akkermansia), 에쉬리키아(Escherichia) 등 장 점액층을 분해하는 유해균 비율이 높았고 장벽을 보호하는 유전자 발현이 낮아 염증이 쉽게 유발되는 환경이 형성돼 있었다. 이들은 병이 진행돼도 장내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진단 전 렘수면 행동장애가 없던 환자군(47명)은 초기에 프레보텔라(Prevotella), 파칼리박테리움(Faecalibacterium) 등 섬유질 대사에 관여하는 유익균이 풍부해 대조군과 비슷한 균형 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진단 2년이 지나면서는 장내 미생물 구성이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군과 유사하게 변화했다.

연구 대상자들의 하루 식이섬유 섭취량이 권장량(25g)을 웃도는 34~36g이었음에도 장내 세균 불균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식이 조절만으로는 장내 환경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정 교수는 "파킨슨병은 초기 증상이 일반적인 노화 과정과 유사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이 파킨슨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렘수면 행동장애 여부에 따라 장내 환경 변화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며 "렘수면 행동장애를 경험한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에 주목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개발하면 환자들 삶의 질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SCI급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IF 12.7)에 게재됐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