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의약품 리베이트' 엄정 처벌 요구 확산…약가제도 개편 목소리도
약사회 "국민 보건, 유통 질서 무너뜨리는 범죄" 규탄
건강보험 노조 "재정 악화…성분명 처방 활성화" 요구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최근 의약품 유통업체와 대학병원 일가 간 거액의 리베이트 사건이 불거진 데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 약가제도와 유통구조 개선 같은 근본적 원인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24일 의약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최근 의약품 유통업체 대표 A 씨와 대학병원 이사장 등 8명을 배임 수·증재,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를 한 바 있다.
A 씨는 지난 2019~2024년 대학병원 측과 대형 종합병원 이사장 등에게 50억 원가량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유령법인을 통해 의약품 공급하고, 병원 관계자 등에게 해당 법인 지분을 취득하게 한 뒤 이들에게 배당금 등의 명목으로 제공했다.
또 유령법인의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급여를 받게 하고 법인 카드와 골프장 회원권 등을 사적으로 쓰게 했다. 한 대학병원 이사장은 리베이트를 받은 대가로 병원 의약품 등 입찰 경과를 조작해 해당 업체가 낙찰되도록 입찰을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실체 없는 유령법인을 만들어 50억 원 넘는 금품을 제공하고 입찰 담합까지 저지른 행태는 국민 보건과 의약품 유통 질서를 심각하게 무너뜨리는 범죄"라며 철저한 확대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약사회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대학병원과 의약품 도매업체가 공모한 구조적 유착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공정한 유통질서를 무너뜨리고 의약분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규탄했다.
약사회는 또 "의료기관과 도매업체 간 불법 유착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체해야 한다"며 "정부는 대형병원과 도매업체 간 거래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철저한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보건복지부·검찰·국세청 등 관계 당국에 △관련자에 대한 법적 책임 △해당 유통업체가 거래하는 모든 의료기관과의 유착 관계 수사 △해당 유통업체가 임대하고 있는 약국의 면허 대여 여부 전수조사 등을 요구했다.
약사회는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보장하고 올바른 유통 질서를 확립할 때"라며 "국민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해 의약분업 원칙을 훼손하는 모든 시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건보노조)도 조합원 일동 성명을 내 "국민 의료빕 부담을 가중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약가제도와 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보노조는 "부풀려진 의약품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의료비 부담으로 전가되고 불필요한 처방까지 이어져 국민 건강과 생명에도 심각한 악영향"이라며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요인으로 작용해 국민과 기업의 건보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단속과 처벌만으로 반복되는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없다면서 "정부 입찰제와 개별 약가협상 등 공급자 간 가격 경쟁을 통한 약가인하 등의 제도와 유통구조 개선이 근본적 해법이며, 성분명 처방의 대체조제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분명 처방은 특정 상품명이 아니라 해당 의약품의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일로, 제네릭 의약품(합성 복제약) 조제를 독려할 수 있다. 노조는 "스페인은 대체조제로 매년 2억 유로를 절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간 최소 5000억 원의 건보 재정절감 효과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노조는 "정부와 국회는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국민 의료비 부담을 키우고 건강보험 제도 발전을 저해하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선진국 수준으로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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