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재시도 위험 25배↑…치료비 지원 확대해 고위험군 살핀다
정부 '자살 고위험군 치료비 지원 강화' 예고…예산반영 협의중
"시도자 부정적 믿음 떨칠 희망 시작"…밀착형 사례관리도 중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치료가 필요한 자살시도자와 자살유족 등 고위험군의 의료비 지원을 확대한다. 다음달 3일까지 국회에 제출될 내년도 정부 예산안 등을 통해 확대 대상과 범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자살시도자의 자살위험은 일반인 대비 약 25배 이상으로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현장 전문가와 실무자들은 밀착형 사례관리가 제공돼야 하나 예산과 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정부의 지원 확대를 적극 요청했다.
22일 정부가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자살 고위험군 대상 치료비 지원이 강화된다. 다만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치료비 지급 항목에 대한 예산을 늘린 게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예산안 확정 전까지 소개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정부는 자살시도자와 자살유족 등 자살 고위험군의 사후관리를 활성화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1인당 연간 100만 원 한도 내 치료비를 지원하는 '자살 고위험군 치료비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로서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의 사례관리 서비스 동의자와 함께 15~34세 청년층 자살시도자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어느 응급실에 오든 사례관리 서비스를 동의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 심리검사·상담비, 자살 시도로 인한 신체 손상 치료비 등 관련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진단서와 진료비 영수증 등 필요한 서류를 구비해 자살예방센터·정신건강복지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정부는 지난해 제8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 청년층 자살시도자에 대한 치료비 지원 요건을 대폭 완화한 데 이어 추경(추가경정예산) 확보는 물론, 강화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직후부터 자살예방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21일)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예산과 인력 확충은 물론이고 책임있는 정책 추진을 위해서 범부처 전담총괄기구 구성을 포함한 자살예방 정신건강 지원정책을 정교하게 만들어서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3978명으로 2022년보다 8.3%(1072명),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7.3명으로 2022년 대비 8.5% 각각 늘어났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1위인 데다 평균의 2배를 뛰어넘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아마 작년, 올해는 더 많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국가의 자살률이 감소 추세를 보이는데 우리는 20년 넘게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면서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범정부 자살 대책 추진기구를 설치·운영하라고 했다"며 "우울증 등을 가진 고위험군에 대해 신속하게 치료비를 지원하고 즉각적으로 위기 개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관 부처인 복지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현장을 방문해 자살예방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정은경 장관도 취임 첫 현장행보로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의 실무자와 자살예방, 사회복지, 정신건강 심리·상담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실효적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자살 고위험군 발굴과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긴급 대응 업무 수행에 있어 예산과 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관련 인력이 자살예방센터 1개소당 3.6명으로 열악한 편이다.
지난 8일 정 장관을 만난 일부 자살예방 현장 실무자들은 "고위험군에 대한 응급조치 이후에는 근본적인 위험 요인 해소를 위해 보건-복지 분야의 연계된 서비스가 지원되도록 응급실 내원 자살시도자의 지역 내 자살예방센터로 연계가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고위험군은 절망 상태에서 누구도 나를 도울 수 없다는 부정적 믿음에 빠진 경우가 많다"면서 "물론 누구도 개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으나 전문적 도움과 함께 실질적인 지원책이 함께 제공되면 희망에 연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백 교수는 "치료비 지원을 받으면 사례관리와 치료 지속률이 더 높아진다고 보고된 바 있다. 대만은 전국 자살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고위험군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최소한 치료비 지원은 그 희망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자살을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자살 예방을 위해 현장의 신속한 위기 대응 능력과 정책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각 지역과도 소통하며 자살예방센터를 보강하고 전달체계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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