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률·기대수명·사망률 공공 재정이 좌우"…OECD 38개국 비교

미국·스위스 등 민간 보험 중심 국가는 하위권[김규빈의 저널톡]
정부 지출 10%p 늘면 의료 효율성 0.33표준편차 ↑

김규빈의 저널톡 로고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공공의료가 성과를 내려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운영 주체'보다 '재정 구조'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을 비교한 연구 결과로, 의료 예산에서 공공 재정 비중이 높을수록 예방접종률, 기대수명, 예방 가능 사망률 등 주요 건강 성과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21일 스웨덴 웁살라 노동 시장 교육 정책 평가 연구소는 OECD 38개국의 보건 성과와 재정 구조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효율성은 기대수명, 조정 사망률, 예방접종률, 의료 접근성, 불평등 완화 기여도 등 총 37개 보건 지표를 기반으로 산출됐다. 이를 연령 보정된 1인당 의료 지출(PPP 기준)로 나눠 비교했다. 다시 말해, 같은 금액을 쓰고 어느 국가가 더 나은 건강 성과를 내는지를 정량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분석 결과 의료 재정 중 정부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GS/(GS+CHI+VHI))이 높을수록 종합 효율성 지표가 높았다. 실제로 공공 자금 비중이 90%에 가까운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은 예상보다 건강 성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고, 효율성 점수를 분석한 결과 잔차(residual)가 +0.5 이상으로 측정됐다.

반면 미국·멕시코·스위스 등 민간 보험 중심 국가는 잔차가 0 이하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보여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체적으로 공공 자금 비율이 1표준편차 증가하면 효율성 점수는 0.33표준편차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시스템의 운영 주체가 공공이냐 민간이냐에 따른 효율성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정부의 자금 분담률이 10%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시스템 효율성이 평균적으로 상승했다"며 "반면, 관리 제도의 형태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민간 위탁형 국가군에서는 효율성 점수의 편차가 -1.2부터 +1.1까지로 넓게 분포했다. 이는 민영화된 시스템이 평균 성과는 비슷할 수 있으나, 국가 간 차이가 크고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1인당 의료비 지출이 OECD 평균 대비 약 150% 더 높지만, 기대수명과 건강 성과는 평균 이하에 머물렀다.

건강 성과의 구체적인 지표에서도 공공 재정 중심 국가들이 더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예방접종률의 경우, 공공 지출 비율이 높은 고효율 국가군은 홍역·디프테리아·백일해 예방접종률이 모두 95% 이상을 기록했으며, 일부 민간 위주 국가는 80% 초반까지 하락한 경우도 있었다. 기대수명은 고효율 국가들이 대체로 82~84세였고, 하위그룹은 78~80세에 머물렀다.

사망률과 의료 접근성 지표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예방 가능 사망률은 공공 재정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더 낮게 나타났으며, 의료 필요가 있음에도 진료를 받지 못한 비율)은 공공 의료 비중이 큰 국가에선 2~5% 수준이었지만, 민간 중심 국가는 10%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은 몇 가지 한계도 지적했다. 유럽 국가 표본으로 제한할 경우 분석 대상 국가 수가 줄어들며 통계적 유의성이 다소 약화될 수 있고, 효율성 지표 자체가 공공성에 유리하게 설계돼 민간 시스템의 성과가 과소평가될 여지도 존재한다. 또한 이 연구는 OECD 회원국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이나 비회원국에는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는 제약도 있다.

연구진은 "공공 자금이 의료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등주의적 의료 목표를 실현할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이를 실행하려면 정치적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유럽 국가 표본으로 분석 대상을 제한할 경우 국가 수가 줄어들어 통계적 유의성이 다소 약화될 수 있고, 효율성 지표 자체가 공공성에 유리하게 설계돼 민간 시스템의 성과가 과소평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어 "다만 이번 연구는 OECD 회원국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이나 비회원국에는 직접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국제 '건강형평성 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for Equity in Health) 7월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