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전공의 복귀, 끝이 아닌 합의된 의료 개혁 '진입점'돼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5.6.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5.6.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의대생들이 '국회와 정부를 믿고' 전원 복귀를 선언하면서 1년 5개월간 이어진 의정갈등이 전환점을 맞았다. 복귀 결정 자체는 다행이지만, 지금의 상황을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표현하는 건 위험한 착각이다. 원점 회귀란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말 아닌가.

오히려 지금이 '새로운 출발선'에 설 기회임을 인지해야 한다. 의료계도 이제는 과거의 입장을 반복하기보다, 사회 전체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동안의 갈등이 의료계와 정부만의 싸움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국민의 기대와 실망, 지지와 분노가 함께 켜켜이 쌓여 있었다. 의료계가 이 부분을 간과한다면, 앞으로도 동일한 대립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말하는 '질 좋은 교육 보장' '실질적인 의료개혁'이라는 요구는 충분히 들을 만하다. 하지만 그 실질적이라는 것이 단지 본인들의 입장을 최대한 관철하는 것이라면 설득력이 없다. 사회적 합의란 기본적으로 양보 위에 세워지는 것이지, 요구만으로 쟁취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귀족과 비슷한 뜻의 '천룡인'으로 불리고 있다.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는 표현임에도 색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민 위에 선 전문가'처럼 보이는 순간, 의사의 전문성과 헌신도 결국 의심받게 된다.

지금은 양보와 합의를 통해 복귀 이후를 설계할 때다. 교육 현장의 정상화는 물론, 필수·지역의료 강화,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 의료 전반에 대한 구조적인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의 일방통행도 문제지만, 의료계가 계속 '우린 피해자'라는 인식에 머무른다면, 이 갈등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의료계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다. 자신들이 무엇을 지켰고, 무엇을 양보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말이다. 단지 과거로 돌아가는 복귀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진정한 의미의 의료개혁을 향해 나아갈 '진입점'으로 삼아야 한다.

변화를 외면하면 국민은 의료계에 등을 돌릴 것이고, 정부는 그 틈을 타 일방적 조치를 밀어붙이게 될 것이다. 지금 의료계가 보여줘야 할 것은 집단행동이 아닌, 집단적 책임이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