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난청 유전자 지도 구축…"진단율 20% ↑"
비코딩·구조적 변이까지 포착…유전자 치료 타깃 가능성도 제시
이상연 교수 "난청 환자 맞춤 치료 위한 기반 마련 계기"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감각신경성 난청의 유전적 원인을 규명하고,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의 난청 유전자 지도를 새롭게 구축했다. 이번 연구는 전장유전체분석(WGS)을 포함한 단계적 검사법을 통해 유전성 난청 진단율을 약 20% 끌어올렸으며, 구조적·비코딩 변이까지 포착해 유전자 치료 가능성도 제시했다.
서울대병원은 이상연 소아이비인후과 교수, 채종희·이승복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 고준영 박사(이노크라스), 박성열 박사(스탠퍼드대)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감각신경성 난청(Sensorineural Hearing Loss·SNHL) 환자 394가계(총 752명)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청각세포나 청신경 손상 등으로 발생하는 난청으로, 유전적 요인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유전자 일부만 분석하는 타겟패널검사(TPS)와 전장엑솜검사(WES)를 거쳐, 유전체 전체를 분석하는 전장유전체분석(WGS·Whole Genome Sequencing)까지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다단계 검사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전체 환자의 55.6%(219가계)에서 유전적 원인을 규명했으며, 이 가운데 19.2%(44가계)는 기존 검사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변이를 WGS로 새롭게 발견했다.
WGS는 기존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유전정보를 탐색할 수 있는 검사 방식으로, 특히 비코딩 영역(딥인트론)이나 DNA의 구조 자체가 변형된 구조적 변이(SV)를 찾는 데 강점을 가진다.
대표적으로 USH2A 유전자에서 발견된 세 가지 딥인트론 변이는 단백질 생성 과정인 RNA 스플라이싱에 오류를 일으켜 난청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변이는 RNA 스플라이스 스위칭 기반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구에서는 총 63개의 유전자가 원인으로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GJB2, SLC26A4, STRC, USH2A, CDH23, MPZL2 등 상위 6개 유전자가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29개 유전자는 단 1가계에서만 발견돼 난청의 유전적 원인이 매우 다양함을 보여줬다.
WGS로 새롭게 발견된 유전자 변이 유형은 △단백질 구성에 영향을 주는 아미노산 하나가 바뀐 '미스센스 변이'(44.6%) △DNA 서열이 틀어져 단백질 구조가 완전히 어긋난 '프레임시프트 변이'(17.9%)△단백질 생성을 조기에 멈추게 하는 '넌센스 변이'(14.5%)△유전자가 단백질로 해석되는 과정을 방해하는 '스플라이싱 변이'(7.7%)△DNA 조각이 유실되거나 재배열된 '구조적 변이'(10.2%)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STRC 유전자에서는 전체 변이의 66.7%가 구조적 변이로, 기존 검사로는 진단이 어려운 영역임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유전형과 임상 표현형 상관관계도 분석했다. GJB2, SLC26A4, USH2A 등 동일 유전자를 가진 환자들 사이에서도 청력 손실 시기, 진행 속도, 좌우 차이에 차이가 나타나는 불완전 침투성과 가변 표현성 현상이 관찰됐다. 특히 USH2A 유전자에서는 단백질 기능에 따라 진행성 청각장애 여부가 달라졌다.
또 연구팀은 내이의 분자 기능을 기준으로 63개 유전자를 9개 범주로 분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청각 기계전기변환(MET), 이온 항상성, 모세포 유지 기능에 관련된 유전자는 심한 청각 손실과 빠른 진행 양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섬모 구조나 외부기질과 관련된 유전자는 경증·완만한 진행 양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전장유전체분석(WGS)을 진단 초기 단계에서 바로 적용하면 검사 비용은 기존 단계별 검사와 유사하나,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은 2~3주 이상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후 6개월 이내 인공와우 이식을 결정해야 하는 소아 환자에게는 조기 진단이 예후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상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많은 미진단 난청 환자들의 원인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고, 유전자 치료가 가능한 환자군을 발견했다"며 "향후 소아 난청의 정밀한 치료 연계를 위해 전장유전체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난청의 미진단 원인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연구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자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 메디신(Cell Reports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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