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입 '이중항체 치료제' 효과 국제 학술지에 첫 발표

환자 면역세포 활성화해 암세포 직접 공격
박성수·민창기 서울성모병원 교수 "무진행 생존기간 3배 연장"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의 박성수 교수(왼쪽)과 민창기 교수.(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국내 도입된 '이중특이항체 치료제'의 효과를 입증한 첫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혈액병원 박성수(공동교신저자)·민창기(공동교신저자) 교수, 가톨릭대 약리학교실 최수인(공동제1저자) 교수 연구팀이 이런 연구 결과를 미국세포치료학회지(Transplantation and Cellular Therapy)에 게재했다고 26일 밝혔다.

다발골수종은 대표적 혈액암 중 하나로, 암세포가 뼈를 침범해 골절, 빈혈,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을 유발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최근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지만 여전히 재발이 잦고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면역세포를 직접 활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이중항체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 치료법(BiTE, Bispecific T-cell Engager)은 서로 다른 두 가지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를 이용해 암세포를 사멸하거나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즉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이중항체 치료는 범용성과 현장 적용성이 월등해 CAR-T 세포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첨단 면역제제로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기술인 CAR-T 치료 역시 효과적이나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뽑아 다시 치료제로 제조하는 오랜 공정시간이 한계로 꼽혔다.

이번 연구는 기존 항체 치료나 CAR-T 치료보다 투여 과정이 간편하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이중특이항체 치료법을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적용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선 기존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 142명을 대상으로 이중특이항체 치료군(71명)과 기존 표준 치료군(71명)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이중특이항체 치료군에서 질병이 진행되지 않고 생존하는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이 기존 표준 치료 대비 약 3배가량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항암 치료에는 부작용이 따르지만, 이중항체 치료제는 기존 치료와 비슷한 수준의 부작용을 보였으며 대부분 조절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발생했다.

일부 환자에서 면역반응이 나타났으나 대부분 경미한 수준이었고 빈혈, 혈소판 감소 등 혈액 관련 부작용도 기존 표준 치료와 큰 차이가 없어 우리나라 환자 중에서도 안전성이 확인됐다.

민창기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인구 고령화로 국내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을 뿐 아니라 재발이 잦아 환자분들이 두려워하는 혈액암"이라며 "이중항체 치료제 효과를 입증한 이번 연구를 통해, 다른 치료 방법의 적용이 어려웠던 많은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추가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