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기술로 가능성을 재정의한다"…신라젠의 두 대표가 그리는 미래

[인터뷰]BAL0891 기술이전 속도…파트너사들과 접점 확대
우성제약 인수합병 후 캐시카우 마련…SJ-600으로 미래 준비

(왼쪽부터) 한상규·박상근 신라젠(주) 대표이사가 서울 중구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9.28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대담=김희준 바이오부장) 임여익 기자

신라젠을 아직 과거 펙사벡의 이미지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후 대주주도, 경영진도 바뀌었습니다.이름만 같을 뿐 새로운 회사가 됐다는 걸 성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상규·박상근 신라젠 각자대표는 최근 뉴스1과 만나 신라젠이 새로운 성장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축적한 신약개발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항암제와 사업구조를 구축해 회사의 경쟁력을 성과로 입증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3월 출범한 각자대표 체제 아래 한 대표는 경영·재무를, 박 대표는 연구개발(R&D)을 맡고 있다.

임상 단계 항암제 'BAL0891'과 차세대 항암바이러스 'SJ-600 시리즈'를 각각 현재와 미래의 성장축으로 키우는 한편, 지난해 인수한 우성제약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 기반도 마련했다.

박 대표는 "BAL0891이라는 현재가 있다면 SJ-600 시리즈라는 미래가 있다"며 "둘 다 항암 분야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서로 다른 물질과 기술이다. 현재와 미래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신라젠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임상 데이터 완성도 높아졌다"…BAL0891 기술이전 속도
박상근 신라젠(주) 대표이사가 뉴스1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 뉴스1 김명섭 기자

신라젠이 현재 가장 공을 들이는 파이프라인은 BAL0891이다. BAL0891은 암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TTK(트레오닌 타이로신 키나제)와 PLK1(폴로-라이크 키나제1)을 동시에 억제하는 항암제 후보물질이다. 두 단백질을 동시에 억제해 암세포의 정상적인 분열을 막는 방식이다.

신라젠은 지난 2022년 스위스 바실리아에서 BAL0891을 도입했다. 현재 고형암과 AML(급성골수성백혈병) 등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임상 개발과 함께 BAL0891의 기술이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임상을 모두 마친 뒤 파트너를 찾는 방식이 아니라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제약사들과 접촉하고 새로운 데이터가 확보될 때마다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잠재적 파트너들과 접촉은 이미 시작했고 개발을 진행하면서 적시에 업데이트된 데이터와 자료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며 "복수의 1상 서브 임상 디자인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더 많은 근거 수집을 통해 향후 개발 방향에 대한 더 신뢰할 만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상 데이터가 쌓이면서 파트너사와 논의할 수 있는 내용도 구체화하고 있다. 전에는 개발 초기 약물의 작용 원리와 비임상 결과를 중심으로 가능성을 설명했다면, 이제는 실제 환자에게 투여해 확보한 임상 결과를 토대로 논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신라젠은 글로벌 사업개발(BD) 전문회사도 활용 중이다. 자체 BD 조직과 함께 해외 파트너 발굴 경험을 갖춘 외부 전문회사를 통해 잠재적 파트너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한 대표는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글로벌 에이전시가 BAL0891을 충분히 검토한 뒤 함께할 만한 프로젝트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별도의 선급 자문료 없이 실제 기술이전 등의 성과가 발생하면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약했다는 설명이다.

잠재적 파트너사들의 관심도 구체화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약 기술이전은 후보물질의 세부 데이터를 검토하고 추가 자료를 주고받는 과정을 거쳐 협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BAL0891은 고형암뿐 아니라 혈액암인 AML에서도 개발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박 대표는 "임상에 들어가기 전부터 연구자들이 먼저 연구자 주도 임상을 요청할 정도로 AML에서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며 "여러 암종에서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암을 동시에 개발할 수는 없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AL0891 기술 이전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임상 외에 추가 데이터가 필요할 경우 시장에서 자금을 수혈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두 대표는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기술이전은 최우선 사업 전략이지만 파트너사가 추가 데이터를 요구할 경우 BAL0891의 가치를 더 높인 뒤에 기술이전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낮은 가격으로 기술을 이전하기보다 추가 투자로 가치를 높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면 그 정도를 투자할 자금은 충분하다"면서 "현재로서는 자금조달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제약사업부'로 안정적 매출…SJ-600으로 후속 성장축 준비
한상규 신라젠(주) 대표이사가 28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김명섭 기자

신라젠은 신약개발과 함께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갖추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우성제약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신라젠은 우성제약을 인수 후 합병 과정을 거쳐 제약사업부로 조직을 개편했다.

한 대표는 "제약사업부는 지난해 90억 원이 넘는 매출을 냈고 올해는 1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신약개발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와 별개로 확실한 캐시카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우성제약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도 신약개발과 제약사업을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게 됐다. 신라젠은 이를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제약사업부는 작은 조직을 바탕으로 한 빠른 의사결정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 대표에 따르면 제약사업 인력은 8명 수준이지만 연간 1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내고 있다.

한 대표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의사결정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대형 제약사가 들어오기에는 시장 규모가 애매하지만, 일정한 수요가 있는 분야를 찾아 빠르게 제품을 내놓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매출원이 생기면서 신약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도 강화됐다. 장기간 연구개발비가 투입되는 바이오기업의 특성상 신약개발과 별개로 꾸준한 매출과 이익을 내는 사업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신라젠은 당분간 새로운 임상 단계 신약을 추가 도입하기보다 기존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BAL0891과 함께 향후 성장축으로 육성하는 파이프라인은 자체 개발한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시리즈다.

SJ-600 시리즈는 항암바이러스가 혈액 속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해 암세포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한 플랫폼이다. 정맥 투여를 통해 항암바이러스를 암세포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개발 목표다.

박 대표는 "현재로서는 임상 단계 신약을 추가로 도입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바이러스 플랫폼 개발은 상당히 진행돼 있고 앞으로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SJ-600 시리즈는 하나의 후보물질에 그치지 않고 여러 후속 항암바이러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신라젠은 BAL0891의 임상과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동시에 SJ-600 시리즈를 통해 중장기 파이프라인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의사결정 단계 줄인 각자대표 체제…"성과로 새로운 회사 증명"
한상규·박상근 신라젠(주) 대표이사가 서울 중구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9.28 ⓒ 뉴스1 김명섭 기자

지난 3월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신라젠은 조직구조도 바꿨다. 한 대표가 경영·재무를, 박 대표가 R&D를 직접 책임지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고 중간 의사결정 단계를 줄였다.

두 사람이 대표로 올라오면서 기존에 맡았던 자리에 새로운 임원을 별도로 두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조직 단계를 줄여 두 대표가 실무진과 보다 가까이 소통하고 주요 현안을 빠르게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대표는 "각자대표 체제로 바뀐 것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슬림화"라며 "대표들이 현장과 실무에 가까워지면서 의사결정과 조직이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신약개발과 기술이전에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특히 중요하다는 게 두 대표의 판단이다. 임상 과정에서 개발 방향을 정하거나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조건을 논의할 때 시장 변화에 맞춰 신속하게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바이오 분야는 변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갈 것은 빨리 가고 중단할 것은 중단하는 판단이 필요한데 올해 들어 이런 부분이 많이 보완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기존에 하던 R&D 업무에 그대로 몰입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한 대표와 바로 논의할 수 있게 됐다"며 "R&D 이외의 업무에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줄었다"고 했다.

오랜 기간 신약을 개발하며 쌓아온 경험도 현재 파이프라인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글로벌 임상과 각국 규제기관 대응, 항암바이러스 연구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을 BAL0891과 SJ-600 시리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가 회사에 많이 남아 있다"며 "신라젠은 신약개발의 여러 단계를 실제로 경험해 본 회사"라고 말했다.

BAL0891의 글로벌 임상에는 그동안 축적한 임상개발 경험이, SJ-600 시리즈에는 항암바이러스를 연구하며 쌓은 기술력이 각각 활용되고 있다.

한 대표는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가 현재 두 파이프라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런 경험이 눈에 보이지 않는 회사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신라젠은 앞으로 BAL0891의 임상과 기술이전, SJ-600 시리즈 개발, 우성제약의 안정적인 성장을 통해 변화한 회사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한 대표는 "과거에 축적한 좋은 자산과 노하우는 이어가면서 회사의 체제와 비전은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며 "새로운 회사가 됐다는 것을 각인시키고 싶고, 가장 좋은 방법은 성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BAL0891은 새로운 작용기전(MOA)을 가진 물질이고 항암바이러스 역시 새로운 모달리티"라며 "이미 알려진 것을 그대로 하는 회사가 아니라 환자를 위해 무엇이 가능한지를 다시 정의하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신라젠의 모습 ⓒ 뉴스1 송원영 기자

☞한상규 신라젠 각자대표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졸업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LBS) 재무관리 석사 △삼성물산 근무 △나이키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 △에임드바이오 CFO △신라젠 전략기획부문장 △신라젠 각자대표이사

☞박상근 신라젠 각자대표

△중앙대 약학대학 졸업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MBA) △한국얀센 사업개발부서장 △악텔리온 파마수티컬즈 한국 대표 △신라젠 R&D부문장 △신라젠 각자대표이사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