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1명뿐인 희귀병 62개…"AI 시대 '질환명=신원' 될 수도"
극희귀질환 468개로 늘어…152개는 환자 5명도 안돼
김선민 "진료기록 보호 특화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 극희귀질환자가 5년 새 4.6배 늘며 1만 2803명에 달했다. 특히 건강보험 산정특례 대상 극희귀질환 468개 가운데 환자가 단 1명뿐인 질환이 62개나 됐다.
환자가 워낙 적어 질환명만으로도 개인을 특정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의료 인공지능(AI) 시대에 극희귀질환자의 정보가 사실상 '신원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극희귀질환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극희귀질환수는 2020년 189개에서 2026년 468개로 2.4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 진료를 받은 환자(실 수진자) 수는 2020년 2791명에서 2025년 1만 2072명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8월 기준 1만 2803명에 달해 2020년 대비 4.6배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진료비 역시 급증했다. 극희귀질환 총진료비는 2020년 약 95억 3000만원에서 2025년 약 493억 6000만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진료 건수도 같은 기간 4만1659건에서 21만7840건으로 약 5.2배 늘었다.
문제는 극희귀질환 가운데 환자가 극소수인 질환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공단 자료를 보면 건강보험 산정특례 자격이 유효한 극희귀질환 468개 가운데 등록 환자가 단 1명인 질환은 62개였다.
등록 환자가 없는 질환 81개를 제외하고 실제 환자가 1명 이상인 387개 질환 중에서도 환자가 5명 미만인 질환은 152개에 달했다.
대표적으로 카나반병, 터프팅장증, 장병성 말단피부염, 소뇌무발생, 메켈증후군, 피어슨 증후군 등은 국내 등록 환자가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질환들은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상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때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직접적인 식별정보를 삭제하거나 가명 처리한다.
하지만 특정 질환의 국내 환자가 1명뿐이라면 질환명 자체가 사실상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연령대와 성별, 거주지역, 진료 기관 등의 정보가 결합하면 특정 환자를 추정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특히 의료 AI 학습이나 희귀질환 연구 과정에서 유전체 정보까지 결합할 경우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신원까지 추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 AI와 바이오 빅데이터를 활용해 희귀·난치질환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새로운 치료법과 신약을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 자체가 적어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데이터 활용의 필요성도 크다.
그러나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극소수 환자의 개인정보가 오히려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별도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현재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은 희귀질환 등의 정보를 본인 동의를 받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한 정보로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의료데이터 스페이스' 체계에서는 초극소수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보호 기준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의료 AI 기술을 통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과 진단 정확도 향상은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그 과정에서 질환자가 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소수 희귀질환자의 의료데이터 보호를 위해 동의 절차와 재식별 방지 조치를 강화한 별도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며 국정감사에서 대책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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