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것 집중"…김열홍 사장이 그리는 유한양행의 다음 100년

[뉴스1 초대석] 다양한 모달리티 확보…차기 신약 창출
"한국도 인재 유입과 정책 연속성 확보해야"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이 9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로 유한양행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대담=김희준 바이오부장) 문대현 기자 = 유한양행(000100)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0년 동안 국내 제약산업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유한양행의 다음 과제는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이다.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이 바라보는 유한양행의 다음 100년은 '한 번의 성공'보다 '신약을 계속 만들어내는 회사'에 가깝다.

특정 분야에 연구개발 역량을 축적하고 그 안에서 다음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신약개발 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고, 정부와 산업계가 장기적인 투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난 9일 뉴스1과 만나 "렉라자와 같은 성공 사례를 하나 더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첫 번째 신약의 성공이 두 번째와 세 번째 신약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TPD 넘어 '뉴모달리티'…새로운 신약개발 무기 확보

유한양행은 새로운 신약개발 방식인 TPD(표적단백질분해) 분야에 약 3년간 연구역량을 쌓아왔다.

유한양행이 최근 주목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표적단백질분해(TPD)다. TPD는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단백질을 단순히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포 내 분해 시스템을 활용해 표적 단백질 자체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유한양행은 자체 연구만으로 역량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외부 연구기관과 협력하고 관련 경험을 가진 전문가도 영입했다. 올해 초에는 새로운 모달리티를 연구하는 별도 조직을 구성해 초기 화합물과 후보물질 탐색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김 사장은 TPD를 회사의 단일 핵심 기술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신약개발 기술은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플랫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보다는 TPD를 포함한 다양한 뉴모달리티를 살펴보고 유한양행의 신약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 ⓒ 뉴스1 박정호 기자
"이것저것 다 하면 전문성 없어"…잘하는 분야를 깊게

김 사장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전문화'다. 모든 신약 분야를 건드리는 것보다 특정 영역을 정하고 그 안에서 반복적으로 성공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항암제'처럼 넓은 범위가 아니라 특정 암종이나 표적, 치료 영역을 정하고 그 분야에서 연속적으로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분야에 집중하면 연구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 다음 후보물질 개발에 다시 활용될 수 있다. 반대로 연구 분야를 계속 바꾸면 새로운 실험법과 동물모델, 임상시험 네트워크, 자문단, 시장 전략 등을 매번 새로 구축해야 한다.

김 사장은 "이런 경험의 축적이 결국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의 차이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보여준 '인재의 힘'…글로벌 경험 가진 연구자 돌아와야

김 사장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과 산업계의 투자가 함께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중국의 사례에서 인재 확보와 산업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미국 등 해외로 많은 이공계·생명과학 인재를 보내 교육과 연구 경험을 쌓게 했다. 이후 상당수가 중국으로 돌아가 바이오기업을 세우거나 대학과 연구기관의 핵심 연구자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기술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와의 네트워크와 업무 방식, 연구개발에 대한 기대 수준까지 함께 가져왔다.

김 사장은 한국 역시 인재 측면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공부하고 글로벌 제약사에서 경험을 쌓은 한국인 연구자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이들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는 보상과 연구환경을 마련한다면 경쟁력을 다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사람을 얼마나 확보하고,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느냐가 글로벌 경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산업은 정권이나 정책 방향이 바뀔 때마다 지원의 연속성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정부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 ⓒ 뉴스1 박정호 기자
유한의 다음 100년…'글로벌 제약사'가 답

김 사장이 그리고 있는 유한양행의 다음 100년은 글로벌 제약사로 확장이다. 현재의 매출 규모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해 R&D 투자 여력을 키우고, 이를 다시 신약개발에 투입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김 사장은 "제약회사가 100년을 더 가려면 혁신적인 신약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며 "한 번 성공하는 게 아니라 다음 신약, 그다음 신약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는 동시에 특정 분야에서 연구개발 경험을 축적하고, 그 경험을 다음 신약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깊게 파고들고, 그 과정에서 쌓인 연구개발 역량을 다음 후보물질로 이어가는 장기적인 성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