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다음은 중동"…K-바이오, 수출 영토 넓히기 나섰다

한미 '롤론티스' 공급계약·대웅 '나보타' 출시…중동 진출 속도
식약처, UAE 규제기관과 협력…허가 문턱 낮춰 수출 뒷받침

서울 송파구 한미사이언스 본사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국내 제약사들이 미국과 유럽, 중국·동남아를 넘어 중동으로 수출 영토를 넓히고 있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자체 개발 의약품을 잇달아 내놨고 정부도 아랍에미리트(UAE)와 규제 협력을 강화하며 국내 기업의 시장 진입을 지원한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제약사 타북(Tabuk Pharmaceuticals)과 호중구감소증 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4년 양사가 맺은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실제 제품 공급에 착수한 것이다.

롤론티스는 항암 치료 과정에서 줄어든 호중구의 회복을 돕는 바이오의약품이다.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현지에서 '롤베돈'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미국 시장에서 먼저 제품 경쟁력을 확인한 뒤 이를 중동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파트너로 선택한 타북은 중동·북아프리카 17개국에 영업망을 갖춘 현지 제약사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뿐 아니라 전립선비대증·발기부전 치료 복합제 '구구탐스' 등 다른 전문의약품의 중동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사우디 한 국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제약사의 유통망을 활용해 주변 국가까지 시장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대웅제약도 지난해 자체 개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출시하며 중동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밖에도 대웅제약은 사우디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인 '펙수클루'의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당뇨병 치료 신약 '엔블로'의 중동·북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작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이 바이오헬스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뉴스1

국내 기업들이 사우디와 UAE 등과 손을 맞잡는 이유는 구매력이 높고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비롯한 주변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핵심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이 현지 영업망을 갖춘 사우디 제약사와 손잡은 것도 개별 국가에 직접 진출하는 데 드는 허가·유통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동은 국가별로 의약품 허가와 심사 제도가 달라 제품 경쟁력만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쉽지 않다. 국내에서 허가받아 판매되는 의약품이라도 현지 규제당국의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고, 국가에 따라 요구하는 자료와 절차에도 차이가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기업의 중동 진출을 돕기 위한 '규제 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8일 UAE 의료제품 규제기관(EDE) 파티마 알 카비 기관장을 비롯한 대표단 7명과 국내 바이오기업 간 간담회를 열었다. 국내 기업들은 제품과 기술, UAE 진출 계획을 EDE에 직접 소개하고 현지 허가·심사 절차와 시장 진입에 필요한 사항을 논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는 해외 규제기관과의 협력이 실제 수출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며 "특히 신약과 바이오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현지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판매할 수 있어 기업의 기술력뿐 아니라 국가 간 규제 협력도 시장 진입 속도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것을 넘어 현지 허가와 생산, 유통망까지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가 시장 안착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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