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적어도 신약 몰린다"…희귀질환 뛰어드는 K-바이오

FDA 올해 신약 37개 허가…알렉산더병 등 희귀질환 치료제 잇따라
대웅·GC녹십자·한미·유한양행도 개발…글로벌 시장 선점 노려

미국 FDA 건물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희귀질환 치료제가 국내외 신약 개발의 주요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이 여전히 많은 만큼, 신약 개발에 성공만 하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허가된 신규 신약은 총 37개다. 특히 기존 치료 선택지가 부족했던 희귀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제가 잇따라 허가되고 있다.

가장 최근 허가된 신약은 알렉산더병 치료제 '잔바스트로'(성분명 질간센)다. 알렉산더병은 유전자 변이로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신경계가 점차 손상되는 희귀질환이다. 환자가 100만명당 1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드물고 지금까지는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 외에 승인된 치료제가 없었다.

이밖에도 혈액 속 적혈구가 지나치게 늘어 혈전이나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진성적혈구증가증 치료제 '밈릴로'와 피부·근육에 염증을 일으키는 희귀 자가면역질환인 피부근염의 첫 경구 치료제 '리스라야'가 각각 FDA 문턱을 넘었다.

국내에서도 희귀질환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웅제약(069620)이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베르시포로신'(DWN12088)의 한국·미국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폐에 흉터와 같은 섬유조직이 쌓이면서 폐가 점차 딱딱하게 굳는 난치성 질환이다.

베르시포로신은 콜라겐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억제해 폐가 굳는 과정을 막도록 설계됐다. 현재 환자 102명을 대상으로 단독 투여와 기존 치료제 병용 효과 등을 평가하고 있다.

베르시포로신은 FDA로부터 희귀의약품과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으며 유럽의약품청(EMA)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대웅제약은 앞서 중국·홍콩·마카오 지역 개발·상업화 권리를 영국 CS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하기도 했다.

GC녹십자(006280)는 노벨파마와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 'GC1130A'를 개발하고 있다. 산필리포증후군은 체내에서 분해돼야 할 물질이 쌓여 뇌 등이 손상되는 희귀 유전질환으로 아직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

GC1130A는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이다. FDA 희귀의약품·소아희귀의약품과 패스트트랙, EM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으며 미국과 한국, 일본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GC녹십자와 한미약품(128940)은 파브리병 치료제 'LA-GLA'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가 주로 2주마다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과 달리 한 달에 한 번 피하주사하는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유한양행(000100)은 고셔병 치료제 후보물질 'YH35995'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4월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으며 먹는 약으로 개발 중이다. 특히 회사는 약물이 뇌까지 도달하도록 설계해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제3형 고셔병까지 공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희귀질환 신약은 환자가 적어 임상시험 참여자를 모집하기 어렵고, 개발에 성공해도 적은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 많아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개발 과정에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허가 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미국에서 최대 7년간 시장 독점권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면 해외 제약사와 기술수출이나 공동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한테는 희귀질환 신약이 글로벌 시장 진입의 기회인 셈"이라고 전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