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유전자 통째로 복원…'차세대 재생의료' 시대 열렸다
배상수 서울대 의대 교수팀 프라임조립 기술 개발
대규모 유전체 정밀 교정 가능…질환들 치료 기대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대규모 유전체 정밀 교정이 가능한 '프라임조립' 기술을 개발했다. 서로 다른 돌연변이를 가진 유전질환 환자들에게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범용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거론된다.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은 최근 배상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대규모 유전체 정밀 교정이 가능한 '프라임조립' 기술을 개발한 뒤 관련 연구성과를 생명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Nature Biotechnology'(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게재했다고 31일 밝혔다.
현재 유전질환 치료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염기교정과 프라임교정 기술의 경우 각각 단일염기 치환 혹은 수십 개 수준의 염기를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돌연변이에 맞춰 환자마다 새롭게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치료제 개발 비용 부담도 훨씬 커지게 된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유전자를 통째로 교정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수천 개 이상의 대규모 유전자 조각을 통째로 삽입하거나 교체함으로써 질환 유발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교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DNA 이중나선을 절단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유전자를 정확하게 삽입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기술은 구현된 바 없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유전체의 특정 위치에 수천 개의 염기서열을 정확하게 교체하는 기술인 '프라임조립'을 최초로 개발했다.
프라임조립 기술은 최대 100만 개(1MB) 규모의 염기서열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6KB 이상의 긴 DNA 조각을 삽입할 수 있다. 실제 인간 세포에서 60% 정도로 매우 높은 유전자 교체 효율을 보이고, 원치 않는 표적이탈이 거의 없어 안전하면서도 정확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프라임조립 기술은 개별 돌연변이를 일일이 타깃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넘어 서로 다른 돌연변이를 가진 유전질환 환자들에게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범용 치료제'(universal drug)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헌팅턴병 원인 유전자(HTT)의 확장된 반복서열을 포함한 엑손 전체를 정상 서열로 교체했고, B형 혈우병(ALB-F9), 상염색체 우성 난청(GSDME), 망간대사질환(SLC39A14) 세포 모델에서도 정상 유전자를 삽입함으로써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한 T세포에서 면역세포 항원 수용체(CAR)를 안전한 사이트에 삽입함으로써 렌티바이러스 등을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 면역 항암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인체 면역 체계를 활성화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스스로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배 교수는 "프라임조립은 유전자의 서열을 고치는 수준을 넘어 유전체의 구조를 설계하고 재구성하는 유전자 구조 편집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유전자 편집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며 "앞으로 프라임조립 기술을 다양한 유전질환에 적용해, 돌연변이 위치가 다른 환자들에게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N-of-many 범용 유전자 교정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배 교수팀이 주도했으며 서울대 의대의 정호준·정바다·김용우 대학원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또 최경호 서울대 의대 교수팀과 김요한 성균관대 의대 교수팀이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은 "이번 연구성과는 재생의료 유전자 편집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사례"라면서 "향후 다양한 유전질환에 적용해 범용 유전자 교정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재생의료 분야의 기술개발부터 임상·사업화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기 위해 공동으로 설립한 국가연구개발사업 전담 기관이다.
이번 성과는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보건복지부 및 K-헬스미래 추진단의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사업,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개발비,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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