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늘리고 실적 쌓아야"…제약사들 '혁신형 인증' 셈법 복잡

매출 1000억 미만 R&D 투자 구간 신설
제네릭 의존 높고 자체 개발 역량 부족하면 불리

서울 시내의 한 약국. 2022.8.17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정부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을 14년 만에 전면 개편하면서 제약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제네릭 약가 인하를 앞두고 약가 우대를 받기 위해선 연구개발(R&D) 투자뿐 아니라 임상·기술이전 실적과 의약품 공급망 기여도까지 평가하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2026년도 혁신형 제약기업 신규 인증 공고'를 내고 개편된 세부 기준을 확정했다. 지난달 관련 법령을 개정한 데 이어 R&D와 임상시험, 기술이전, 수출 실적 등의 구체적인 인정 범위를 제시한 것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혁신형 제약기업의 R&D 투자 확대다. 의약품 매출액 1000억 원 미만 기업의 R&D 투자 요건은 기존 연간 50억 원 또는 매출액 대비 7%에서 70억 원 또는 9%로 강화된다. 매출 1000억 원 이상 기업은 5%에서 7%로, 미국·유럽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cGMP·EU GMP)을 충족하는 기업은 3%에서 5%로 각각 상향된다.

다만 기업들이 기준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강화된 R&D 요건은 시행일로부터 3년간 적용이 유예된다. 이번 신규 인증에는 기존 기준이 적용된다. 신규 인증 신청은 9월 18일까지 받으며 연내 인증 기업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으로 인증 평가 방식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고, 평가 항목은 기존 25개에서 17개로 줄었다. 총점은 120점에서 100점으로 조정됐으며 65점 이상을 받아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세부 평가에서는 업계 건의도 반영됐다. '전체 의약품 R&D 투자 규모' 항목에서 매출 1000억 원 미만 기업의 투자 규모 구간이 새롭게 마련돼 중견·강소기업의 평가 기준을 세분화했다.

연평균 R&D 투자액이 450억 원 이상이면 최고점인 6점을 받고, 250억~450억 원 미만은 4.8점, 150억~250억 원 미만은 3.6점, 50억~150억 원 미만은 2.4점으로 차등 평가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당초 공개된 기준안에서는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충분히 세분화돼 있지 않아 중견·강소기업들의 인증 신청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었다"며 "업계 건의가 반영돼 최종안에 1000억원 미만 기업의 구간이 신설됐다"고 설명했다.

복제약 약가 산정률 53.55→45%…혁신형 제약사는 60% 우대

R&D 비용은 신청기업의 별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이에 신약개발 자회사가 자체적으로 집행한 연구비는 모회사의 R&D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반면 신청기업이 부담한 위탁연구개발비나 기술도입비가 의약품 연구개발과 직접 관련되고 비용으로 처리됐다면 인정받을 수 있다.

임상·기술이전 실적도 실제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임상은 단순 계획 승인만으로 인정되지 않고 피험자 투약과 연구개발비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기술이전은 신청 마감일까지 최종 계약이 체결돼 법적 효력이 발생해야 실적으로 인정된다.

제네릭 비중이 높다고 곧바로 감점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체 신약개발과 임상·기술이전 실적이 부족하면 관련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반면 국가필수·희귀·퇴장방지의약품 생산이나 국산 원료 사용 등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한 기업은 최대 10점의 사회적 기여·책임 항목에서 점수를 확보할 수 있다.

혁신형 인증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은 약가 제도 개편과도 맞물린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는 대신 혁신형 제약기업에는 60%의 우대 산정률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제네릭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약가 인하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형 인증의 필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인증을 위해서는 R&D 투자 확대뿐 아니라 실제 임상과 기술이전 등 성과까지 요구되는 만큼 기업별 준비 여건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규모의 R&D 투자를 하더라도 어느 법인이 비용을 집행했는지에 따라 인증 심사에서 인정되는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며 "기업별 사업구조와 조직구조를 기준으로 연구개발비와 증빙자료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랜드 내에 개점한 창고형약국 메디킹덤약국을 찾은 고객들이 건강기능식품 등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6.2.8 ⓒ 뉴스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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