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부자들은 다 맞는다"는 줄기세포…치료제·시술 뒤섞여 '혼란'

[줄기세포 연간기획]⑨ '줄기세포 치료' 같은 이름에도 원리·근거 제각각
정부, 내년 상반기 재생의료 광고 가이드라인 마련…소비자 알 권리 강화

킴 카다시안이 이른바 '줄기세포 시술'을 받고 있다.(킴 카다시안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요즘 연예인들은 물론 강남에서 관리받는 사람들은 다 맞는 시술이에요."

지난해 여름 세계적인 셀럽 킴 카다시안이 한국에서 재생의료 기반 시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줄기세포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과거 관절이나 희귀·난치질환 등 질병 치료 영역에서 주로 거론되던 줄기세포가 최근에는 피부 재생과 항노화, 탈모 등 일상적인 미용·건강관리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이 관련 시술 경험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잇따라 공개하면서 대중과 거리도 한층 가까워졌다. 이 같은 수요를 타고 의료현장에서도 줄기세포를 앞세운 비급여 시술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적용 분야 역시 피부 재생과 탈모부터 관절염, 만성 통증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 '줄기세포 치료'라고 불리는 기술은 모두 같은 의미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부터 자가혈액이나 지방조직을 활용한 의료행위, 새로운 의료기술로 관리되는 비급여 시술까지 서로 다른 기술이 줄기세포라는 이름 아래 소개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받는 치료가 허가된 의약품인지 의료행위인지 아직 근거를 축적하는 단계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의료계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재생의료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본다. 다만 성격과 근거 수준이 다른 기술이 같은 이름으로 소개되면서 소비자의 혼란을 키우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같은 '줄기세포 치료'라지만…원리·관리체계 제각각

병원에서 '줄기세포 시술'로 소개되는 기술을 들여다보면 제각각이다. 자가혈액을 원심분리해 혈소판을 농축한 PRP(혈소판풍부혈장), 혈소판과 섬유소를 함께 활용하는 PRF(혈소판풍부피브린), 지방조직에서 여러 세포를 분리한 SVF(지방유래 혈관기질분획)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에서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사용한다.

겉으로는 비슷한 이름으로 묶이지만 원리부터 다르다. PRP와 PRF는 혈소판에서 분비되는 성장인자를 이용해 조직 회복을 돕는 기술로, 줄기세포 자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SVF는 지방조직에서 분리한 여러 세포의 혼합물을 활용한다. 반면 줄기세포 치료제는 일정한 제조공정을 거쳐 품질과 안전성, 유효성을 평가받은 의약품이다.

재생의료 분야 한 전문가는 "환자들은 줄기세포 치료라고 하면 모두 같은 치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치료제일 수도 있고 의료행위일 수도 있다"며 "같은 이름을 쓰더라도 적용되는 법과 관리 체계, 확보된 임상 근거 수준은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줄기세포를 활용한 기술은 서로 다른 제도 아래 관리되고 있다.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로는 무릎 연골결손 치료제 '카티스템'과 크론병 누공 치료제 '큐피스템주' 등이 있다.

반면 줄기세포를 활용한 의료기술은 신의료기술평가 등을 거쳐 의료행위로 시행될 수 있고 첨단재생의료 제도 아래 임상연구를 통해 개발되는 기술도 있다. 현재 첨단재생의료 제도에서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로 승인된 사례는 아직 없다.

결국 같은 줄기세포라는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의약품인지 의료행위인지 등에 따라 적용되는 제도와 검증 절차가 다르고 기술과 적응증별로 확보된 임상 근거에도 차이가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줄기세포라는 이름만으로 효과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며"어떤 질환에 어떤 기술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확보된 임상 근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구분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지역의 모습. 2020.5.14 ⓒ 뉴스1 이재명 기자
제도 구분돼 있지만 환자는 '깜깜이'…정부, 광고 기준 만든다

문제는 일반 환자가 이러한 차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의료기관에서는 여러 기술을 통칭해 줄기세포 시술이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광고 역시 치료 효과를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자신이 받는 치료가 어떤 관리 체계에서 시행되고 어느 정도 검증됐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정부도 이러한 혼란을 인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상반기 발표를 목표로 재생의료 광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재생의료를 안내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과 국민이 확인해야 할 사항 등을 담을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모두 줄기세포 치료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재생의료 광고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의료기관과 국민에게 안내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올해 재생의료 관련 의료광고 실태점검도 실시한 바 있다. 재생의료 실시기관이 아닌데도 관련 시술을 시행하는 것처럼 홍보하거나 심의위원회 승인을 받지 않은 연구·치료를 광고하는 사례 등을 살폈다. 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됐더라도 연구 또는 치료계획에 대한 별도 승인을 받아야 실제 시행이 가능하다.

줄기세포 관련 의료행위도 제도적 관리 대상이다. 새로운 의료기술은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받으며 근거를 더 축적할 필요가 있는 기술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를 통해 일정 조건 아래 시행할 수 있다. 이 경우 환자에게 아직 근거를 축적하는 단계라는 점 등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수백~수천만원 시술인데 정보 부족…"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그러나 제도가 존재하는 것과 환자가 충분한 정보를 얻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줄기세포 관련 시술 상당수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인 데다 의료기관마다 비용 차이가 크지만 환자가 치료의 성격과 임상 근거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정보는 부족하다.

재생의료 분야 한 전문가는 "자동차를 살 때도 성능과 안전성, 품질보증 기간 등을 꼼꼼히 비교하는데 줄기세포 관련 시술은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소비자가 검증 수준이나 근거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정보는 훨씬 부족하다"며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는지, 허가 치료제인지 의료행위인지, 어느 정도 근거가 축적된 기술인지 충분히 설명을 듣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의료는 초고령사회에서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는 분야다. 그러나 시장이 커질수록 기술 개발 못지않게 정보의 투명성도 중요해진다. 줄기세포라는 이름 하나로 서로 다른 기술을 묶기보다 어떤 치료인지, 얼마나 검증됐는지, 어떤 제도 아래 시행되는지를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재생의료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출발점이라는 지적이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