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 대신 약물치료 먼저"…재생불량성 빈혈 치료 패러다임 바뀐다
로미플레이트, 국내 TPO-RA 최초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1차 치료 급여
병용요법 혈액학적 반응률 76.5%…"수혈·이식 부담 낮출 치료 선택지"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로미플레이트를 면역억제요법에 추가하면서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재생불량성 빈혈의 치료 패러다임도 바뀌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12일 오전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로미플레이트주' 급여 확대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에는 이식이 가능한 환자라면 이식을 권고했지만 앞으로는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넓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DKSH 코리아 헬스케어 사업부는 이날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SAA) 1차 치료에서 로미플레이트주(성분명 로미플로스팀)의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이달 1일부터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로미플레이트주는 국내 트롬보포이에틴 수용체 작용제(TPO-RA) 계열 약제 가운데 처음으로 SAA 1차 치료에 급여를 인정받았다.
기존에는 최소 6개월 이상 면역억제요법(IST)에 반응하지 않는 성인 SAA 환자에게만 급여가 적용됐다. 앞으로는 치료 경험이 없는 성인 환자 가운데 동종조혈모세포이식(HSCT)이 불가능하거나 적합한 공여자가 없는 경우 항흉선세포글로불린(ATG)·사이클로스포린(CsA)과 로미플레이트주를 병용할 때도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골수의 조혈 기능이 떨어져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이 감소하는 희귀질환이다. 근치적 치료법인 조혈모세포이식은 적합한 공여자가 필요하고 이식편대숙주병(GVHD) 등 합병증 위험이 있어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이식이 어려운 환자에게 면역억제요법이 활용돼 왔지만 표준 면역억제요법의 혈액학적 반응률은 약 60~70% 수준이고 치료 후 재발 등의 한계가 있었다.
한국·일본·대만의 면역억제요법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ATG·CsA와 로미플레이트주를 병용한 결과 27주차 혈액학적 반응률은 76.5%로 나타났다. 장기 추적연구에서는 최대 5년 시점까지 전체 혈액학적 반응률이 86.7%로 유지됐다.
장 교수는 이번 급여 확대가 일부 환자에서 이식을 우선하던 기존 치료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대 환자가 적합한 형제 공여자로부터 이식을 받더라도 완치율이 90%라는 것은 반대로 사망 위험이 10% 있다는 의미"라며 "완치된 환자도 이식편대숙주질환 등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어 환자에게 이식은 두려운 치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40대에서는 형제 공여자로 이식하더라도 치료 성적이 약 70%, 50대는 60% 수준인 반면 면역억제요법과 TPO 수용체 작용제를 병용하면 전체 반응률이 약 80%"라며 "저라도 환자라면 약물치료를 먼저 해볼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체감할 변화로는 수혈 부담 감소가 꼽힌다. 임상연구에서 연구 시작 당시 수혈이 필요했던 환자 16명 가운데 13명(81.3%)에서 수혈 비의존 달성 또는 수혈 요구량 감소가 확인됐다.
장 교수는 "수혈을 받기 시작하면 환자의 삶의 질이 정말 떨어진다"며 "많은 환자가 수혈에서 벗어나고 이식이나 2차 치료로 가는 환자도 줄어들면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정란 DKSH 코리아 헬스케어 사업부 대표는 "이번 급여 확대는 그간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보다 신속하게 시작하고 치료 초기부터 다양한 치료 옵션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치료 영역에 필요한 의약품을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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