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 셀비온 대표 "노바티스와 경쟁 자신…글로벌 RPT 5대 기업 목표"
포큐보타이드 조건부 허가·3상 동시 추진…판교 생산시설 구축
"조기 기술수출과 함께 직접 글로벌 신약으로"…MSD와 병용 임상도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em class="article_content_endem">
"노바티스가 세계 최초 신약을 내놓은 '퍼스트 인 클래스'라면 셀비온은 더 나은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갖춘 '베스트 인 클래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권 셀비온 대표는 지난달 31일 뉴스1과 만나 전립선암 방사성의약품 치료제 '포큐보타이드'의 경쟁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치료제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항체약물접합체(ADC)에 이어 새로운 항암제 시장으로 주목하면서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셀비온은 이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든 국내 기업이다. 현재 포큐보타이드 임상 2상을 마치고 임상 3상 진입과 조건부 품목허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김 대표는 포큐보타이드의 국내 상업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USA와 바이오유럽 등을 계기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노바티스는 이미 전립선암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RLT) '플루빅토'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내 RLT 공급망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도 내놨다.
김 대표는 후발주자인 셀비온의 강점으로 △한국인 임상 데이터와 △국내 생산 기반을 꼽았다. 국내 임상을 통해 한국인 환자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한 데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바티스가 퍼스트 인 클래스라면 셀비온은 베스트 인 클래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후발주자라고 해도 효능과 안전성에서 우수성을 입증하면 더 큰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는 경우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가 강조하는 부분은 '공급망'이다. 방사성의약품은 일반 의약품과 달리 만들어 놓고 장기간 보관하기 어렵다. 치료에 사용하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포큐보타이드와 플루빅토에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튬-177도 이런 특성이 있다. 의약품을 생산한 뒤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 생산시설과 병원 간 거리가 실제 치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김 대표는 "방사성의약품의 유통기간은 약 5일인데 해외에서 생산해 비행기로 들여오고 세관까지 통과하려면 2~3일이 걸린다"며 "결국 국내 환자에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이틀밖에 남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셀비온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교에 방사성의약품 생산시설인 RP센터를 구축했다. 생산과 품질관리 인력도 확보했다. 자체 생산시설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전주 소재 카이바이오텍을 통한 위탁생산도 병행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돈이 있어도 치료제가 필요한 날짜에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방사성의약품은 재고를 쌓아놓을 수 없기 때문에 환자의 투약 일정에 맞춰 생산하고 안전하게 배송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춘 대규모 생산시설도 구축할 예정이다. 셀비온은 현재 신규 생산기지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 포큐보타이드가 국내 허가를 받으면 보험급여 등재와 주요 병원 약제 등록도 빠르게 추진할 방침이다.
임상 3상과 상업화에 필요한 자금도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셀비온은 2024년 10월 코스닥 상장을 통해 약 290억 원의 공모자금을 조달했고, 지난 4월 메자닌 발행을 통해 500억 원을 발행했다. 확보한 자금은 방사성의약품 생산시설 투자와 임상 개발, 운영자금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공모자금과 올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임상과 상업화에 필요한 재원은 준비돼 있다"며 "포큐보타이드가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고 판매가 시작되면 신약 매출도 발생하는 만큼 회사의 유동성에는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바이오업계 전반에서 임상비용 증가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셀비온은 포큐보타이드의 허가와 상업화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해 개발 중단 가능성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셀비온이 방사성의약품에 뛰어든 것은 시장의 관심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병원으로부터 방사성의약품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 받아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김 대표의 서울대 약대 동기인 정재민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명예교수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다. 현재 셀비온 최고과학책임자(CSO)를 맡고 있는 정 교수는 국내 방사성의약품 분야의 개척자로 꼽힌다.
김 대표는 "당시 정 교수가 국내에서는 아직 성숙한 시장이 아니지만 조만간 방사성의약품이 크게 각광받을 것이라고 했다"며 "당시에는 방사성의약품 시장도 치료제보다 진단제 중심이었다"고 회상했다.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앞으로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2025년 74억 7000만 달러에서 2034년 174억 8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9.9% 수준이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이 진행하는 방사성의약품 관련 임상도 100~200건에 달한다. 초기에는 전립선암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유방암과 폐암, 위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종으로 개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미국핵의학회와 비슷한 시기에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도 방사성의약품 관련 연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며, 북미와 유럽에서는 이미 RLT가 항암 치료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산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봤다. 국내 주요 병원의 의료장비와 핵의학 진료 기반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방사성의약품을 연구·생산하고 품질을 관리할 전문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생산시설을 짓는 것이 '하드웨어 투자'라면 전문인력을 키우는 것은 '소프트웨어 투자'"라며 "연구와 생산, 품질관리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정책적·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셀비온은 차세대 방사성의약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주력 치료제가 루테튬-177을 이용한다면, 후속 파이프라인에서는 강한 에너지를 내는 알파핵종인 악티늄-225를 활용한다.
김 대표는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기거나 베타선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알파 치료제가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셀비온은 악티늄-225 기반 전립선암 치료제 개발과 병용 임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도 구체화하고 있다. 노바티스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을 선점한 만큼 셀비온은 중동과 남미, 러시아·동유럽 등 아직 방사성의약품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바이오USA에서도 북미와 유럽 이외 지역 기업들과 상당히 많은 미팅을 했다"며 "중동에서는 대기업들이 방사성의약품 도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고 남미에서도 항암제와 방사성의약품 사업을 하는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 MSD와 진행 중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병용 임상도 셀비온의 주요 성장 전략 가운데 하나다. 포큐보타이드와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연구다.
김 대표는 포큐보타이드의 기술수출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셀비온이 직접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까지 추진해 글로벌 신약으로 키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포큐보타이드 이후에는 유방암과 대장암, 폐암, 위암 등 다른 고형암으로 방사성의약품 파이프라인을 확대한다. 장기적으로는 방사성의약품에 세포치료제와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을 더해 세 개의 성장축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셀비온의 목표는 한마디로 '글로벌 강자'가 되는 것"이라며 "국내 최초 방사성의약품 신약 기업을 넘어 글로벌 RPT 5대 기업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김권 셀비온 대표 프로필
△1959년생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KAIST 화학과 석사·박사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원 △일본 도쿠시마대학교 약학부 연구원 △코오롱 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 △동국제약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우리켐테크 대표이사 △에스티큐브 바이오사업담당 상임고문 △2010년 셀비온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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