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나온 새 위암 표적치료제…'빌로이'가 바꾼 치료의 새 길 [약전약후]
조기 위암은 완치되지만…전이성 위암은 여전히 치료 난항
세계 첫 클라우딘18.2 표적치료제…한국 환자서도 생존 개선 확인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국내에서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병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암이 이미 다른 장기로 퍼진 전이성 위암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평균 생존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고, 5년 이상 생존할 확률도 전체 환자의 10% 수준에 그친다.
전이성 위암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사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표적치료란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치료법으로, 환자의 암세포에 특정 단백질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HER2 단백질이 있는 환자만 표적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HER2가 확인되는 환자는 전체의 20% 안팎에 불과해 대부분의 환자는 기존의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치료 표적인 클라우딘18.2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연구 결과 HER2가 없는 환자 중 상당수가 클라우딘18.2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더 많은 환자에게 표적치료를 적용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같은 연구를 바탕으로 개발된 치료제가 바로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다.
빌로이는 세계 최초로 클라우딘18.2를 표적으로 허가받은 위암 치료제로, 국내에서도 HER2 표적치료제가 도입된 이후 무려 14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전이성 위암 표적치료제라는 의미를 갖는다.
한국에서는 지난 2024년 9월 허가를 받아 클라우딘18.2 양성, HER2 음성의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 환자가 기존의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사용하는 1차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빌로이는 암세포에 많이 나타나는 클라우딘18.2를 찾아 선택적으로 결합한 뒤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항암제가 정상세포까지 함께 공격하는 것과 달리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표적한다는 게 특징이다.
효과는 글로벌 임상에서도 확인됐다. 글로벌 3상 임상인 SPOTLIGHT 연구와 GLOW 연구에 따르면, 빌로이를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투여한 환자들은 기존 치료만 받은 환자보다 암 진행 속도와 전체 생존기간이 모두 연장됐다.
특히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환자군에서 치료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전체 생존기간이 기존 치료군보다 약 2배 늘어났고, 암이 진행되거나 사망할 위험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과정에서 나타난 이상 반응 역시 대부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러한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빌로이는 미국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종양학회(ESMO), 일본 위암 진료지침 등에 잇따라 표준 1차 치료 옵션으로 등재됐다. 국내 대한위암학회도 클라우딘18.2 양성, HER2 음성 진행성 위암 환자의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이 진행 중이며, 협상이 마무리되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급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급여가 적용되면 그동안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전이성 위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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