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것조차 힘든 질환…20년 만에 새 길 연 '윈레브에어' [약전약후]
기존 혈관확장 치료 넘어 폐혈관 재형성 겨냥한 첫 신기전 치료제
3상서 운동능력·임상 악화 위험 개선…환자 접근성 높일 급여 과제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병이 있다. 계단 몇 층을 오르는 일은 물론 짧은 거리를 걷는 것조차 숨이 차고 병이 진행되면 결국 심장이 버티지 못한다. 폐동맥고혈압(PAH)은 환자 수는 많지 않지만 빠르게 악화하는 대표적인 희귀질환이다.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폐동맥이 두꺼워지고 좁아지면서 폐혈압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질환이다. 혈관 저항이 커지면 우심실의 부담이 증가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우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간 폐동맥고혈압 치료는 엔도텔린 수용체 길항제(ERA), 포스포디에스테라제-5(PDE-5) 억제제, 프로스타사이클린 계열 약물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들 치료제는 혈관을 확장해 혈류를 개선하고 환자의 운동능력과 예후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병적 폐혈관 재형성 자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치료 환경 속에서 등장한 약이 한국MSD의 '윈레브에어'(성분명 소타터셉트)다. 윈레브에어는 세계 최초 액티빈 신호전달 억제제로, 폐혈관 재형성 과정에 관여하는 신호를 조절해 비정상적인 혈관 증식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다.
단순 혈관을 확장해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환의 진행 과정 자체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20여 년 만에 폐동맥고혈압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신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윈레브에어는 3주에 한 번 피하주사로 투여하는 약물이다. 국내에서는 WHO 그룹 1 폐동맥고혈압 성인 환자 가운데 WHO 기능등급 II~III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치료와 병용하도록 허가됐으며 45㎎과 60㎎ 두 가지 용량으로 공급된다.
허가의 근거가 된 글로벌 3상 STELLAR 연구에는 WHO 기능등급 II~III 폐동맥고혈압 환자 323명이 참여했다. 기존 표준치료를 유지한 상태에서 윈레브에어 또는는 위약을 추가 투여한 결과 24주 후 6분 보행거리가 위약군보다 평균 40.8m 증가하며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또 폐혈관 저항(PVR), NT-proBNP 등 주요 심폐 지표도 개선됐으며 사망 또는 임상 악화 위험 역시 유의하게 감소했다. 이후 발표된 후속 연구에서는 입원, 폐이식, 사망을 포함한 주요 사건 발생 위험 감소 효과도 확인되면서 새로운 표준치료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윈레브에어의 등장은 폐동맥고혈압 치료 분야에서 약 20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혈관확장 중심 치료와는 다른 접근법이 추가되면서 환자들은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갖게 됐다.
윈레브에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돼 신속 심사를 거쳐 국내 허가를 받았다. 이를 통해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들도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실제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 특성상 약가 부담이 큰 만큼 급여 여부가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급여가 이뤄질 경우보다 많은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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